지금부터 35년전의 이야기가 되는가 봅니다. 전남 시골 면 소재지에서도 4km 이상 더 들어가야 하는 시골 초등학교 전남 보성군 득량서국민학교에서 근무를 하던 시절에 나는 어린이들의 글짓기 지도를 열심히 하였었습니다.
그 당시 이 시골학교의 어린이들의 작품이 제법 자주 신문에 오르곤 했었습니다. 그 때 이 어린이들의 작품이 실린 신문 몇 장이 지금까지 잘 보관이 되어 있어서 이 작품들을 보게 된 것입니다. 나는 이 작품들을 지금은 폐교가 되어 없어져 버려 아쉬워하며 만들어서 운영하는 학교의 동문회 카페에 올려 주었습니다. 그 때 어린이들이 지금은 40대 후반이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고등학생, 대학생의 자녀를 둔 어머니 아버지가 되었을 그들입니다. 그들이 자신이 초등학교 시절의 작품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하면서 작품을 올려 주었습니다.
얼마나 반가워할까? 아니면 부끄러움에 창피해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친구들에게 볼 수 있도록 그 학생들이 속하는 동기생의 카페에 글을 올려 주기로 하였습니다.
16회 장순화의 초딩4년 때 신문에 뽑힌 작품
[1971년 6월7일 삼남교육신보 (제207호)
****이 주일에 뽑은 글***
<산문>
보 리 밥
보성득량서교 4의1
장 순 화
나는 어머니께서 듣고 계실 때 이런 노래를 불렀다.
"꼬꼬댁 꼬꼬 날이 밝았다.
개똥이네 집에서 아침을 먹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꽁당 보리밥,
꿀보다도 더 맛좋은 꽁당 보리밥,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라고 꽁당 보리밥이란 노래를 부르니까 어머니께서 웃으시면서
"그런 노래도 배웠냐?"
하고 물으셨다.
나는
"예."
하고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까 옆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그래, 그 노래가 옳은 노래다." 하신다.
내가
"그럼 나도 올해는 보리 이삭이라도 주워서 조금이라도 양식을 보태야겠어요."
하고 말하였다.
그 때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암, 그래야지."
하시면서
"네 말이 옳다."
하시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나는
"어머니."
하고 불렀다.
"오늘 저녁에 나도 보리밥을 담아 줘요."
하니까 어머니께서
"왜?"
하고 물으셨다.
"오늘 점심까지는 어머니께서 나를 위해서 쌀밥을 주셨지만, 내가 노래를 불러 보니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하는 데가 있어 오늘부터 보리밥을 먹을 테예요."
하고 말씀드렸다.
**** 뽑고 나서***
이번 주에 뽑은 글은 보성 득량서교 4년 장순화의 [보리밥]을 뽑았다. 글을 많이 써본 경험을 없는 학생이나 그런대로 자기 주위의 이야기를 거짓없이 잘 표현 해줬다. 원고지 쓰는 법도 제법 익혔는데, 자주 글쓰는 습관을 들여 좀 더 훈련해야겠다. 이 외에 득량서교와 해남 산이서교 학생들의 새로운 얼굴들이 보여 반가웠고, 글재주도 어느 수준을 보여 주고 있다. 지도교사의 관심 속에서 훈련이 쌓아졌으면 좋겠다.
*** 이 날 득량서교 정범석군의 글도 같이 실렸었습니다.
15회 정범석의 동시
1971년 6월7일(월요일) 삼남교육신보
<동시>
비
보성득량서교 5의1
정 범 석
비야비야 오너라
비가 오면.
못자리의 모가 자라고
비가 오면
꽃밭의 꽃나무가 자란다.
연못에 물이
많아지면,
내가 목욕한단다.
이것이 우리 정범석 선생님의 초딩 5년의 작품이랍니다.
<이 글을 쓴 정범석 군 은 지금은 전남 순천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시랍니다.>
신문이 낡아 글씨가 잘 안 보여서 돋보기를 놓고 간신히 옮겼는데 틀린 글자는 없는지 모르겠구나.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읽어보고 서로 연락해서 감상하렴.
장순화 양이 이 글 보면 소식 주었으면 좋겠군.
글이 올라가자, 몇 편의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마치 그 날의 교실 안에 있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제자들의 댓글이 기억을 새롭게 해주었습니다.
◆ 회룡동15회채봉 선생님!! 건강하시죠??? 골동품을 선생님께서는 가지고 계십니다... 제자들을 위해 항상 좋은글 많이 남겨주시고 건강에 대한 당부말씀과 글도 많이 남겨주십시요... 01:18
◆ 김덕님 15회 정범석 선생님이 왜 국어선생님이 되셨는지 짐작이 갑니다, 여전하신 제자 사랑 와 닿네요~ 항상 건강하세요^^* 19:24
◆ 정판개 평소 엽서 한 장을 쓸 때도 항상 떠오르던 아름다운 추억이었는데 선생님의 글 공개로 그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선생님의 인솔 아래 삼남교육신보 주최 글짓기 대회에 참가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보성읍내 영생고등학교 옆 동산에서 글짓기 대회가 열렸었죠 제 기억으론 고인이 된 기춘이 그리고 금곤이 등 여러 친구들이 함께 참가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입상자가 2~3명 정도 더 있을 것입니다. 06.07.15 23:14
◆ 정범석(15회... 선생님! 날이 후텁지근하고 무척 덥습니다! 강건하신지요? 저도 가물가물한(쑥스럽고 부끄러운 글) 잘 보관하셨다가 이렇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기억으론 4연으로(마당부분도 있는) 된 글이었는데, 선생님께서 3연으로 지도해주셨지요!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靑出於藍而靑於藍’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너무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능력은 부족하지만 아이들 열심히 가르치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늘 강건하십시오! 10:48
◆ 임호환 16회... 꼬꼬댁 꼬꼬 날이 밝았다. 개똥이네 집에서 아침을 먹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꽁당보리밥, 꿀보다도 더 맛좋은 꽁당 보리밥,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참으로 좋은 글 같다 선배님 수고하셨고, 두 분다 좋은 기억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10:35
◆ 김난숙(16회... 그 당시에 순아의 이글 지금도 기억나네요. 나도 그때 출품했었는데 나는 미끄러지고 순아 것만 당선되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순아가 요즘 통 카페 나들이를 안 하는걸 보니 많이 바쁜가 아니면 많이 아픈가 모르겠네요. 11:21
◆ 선석현16홈동... 선생님께서 순아에게 소중한 추억의 선물을 주셨네요. 오늘은 보리밥이 먹고 싶습니다.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