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모두가 같은 아이들인데…

2006.07.27 09:32:00

교육도 사람의 일이라 혹여나 아이들에게 미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내 그런 미운 마음이 아이와 교사인 나에게 모두 이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마음을 돌려 먹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유발케 하는 아이들이 가끔은 나에게 어려운 결정을 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선생님 제발 싸움 좀 말려 주세요!

우연히 아이들끼리 싸움이 벌어진 모양이다. 평소에 다른 아이들로부터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던 아이라, 더욱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끼리의 사소한 싸움에 교사가 자꾸만 끼이는 것도 어찌 보면 그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가로막는다는 생각에 참견이나 간섭을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다급한지 싸움을 알리러 온 아이의 표정이 약간은 상기되어 있었다.

“선생님, ○○이와 ○○가 싸움이 붙었어요. 선생님이 좀 말려 주세요.”
“다 큰 놈들이 무슨 싸움이야. 너희들이 좀 말리지….”
“그래 무엇 때문에 싸움이 난거니?”
“저도 모르겠어요. ○○이가 ○○의 뺨을 순간적으로 때렸나 봐요.”
“아니 뺨을 때렸어! 그렇게 학교 폭력의 심각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건만….”

아이의 부름에 어쩔 수 없이 다툼의 현장으로 가게 되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두 친구를 주변 친구들이 애써 말리고 있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자식들, 다 큰 놈들이 무슨 싸움이야. 너희들이 무슨 싸움꾼이야!”

아이들의 나의 호통 소리에 놀랐는지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두 아이는 여전히 화가 풀이지 않았는지 씩씩 거리고 있었다.

학교 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 싸움 소식이 일파만파로 학교 내에서 퍼져 나갔고, 평소에 학교규칙을 어겨 벌을 받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던 지라 이내 폭력과 관련된 위원회가 열리게 되었다. 뺨을 때린 아이가 평소에 자기반 아이들을 간혹 괴롭히고 여타 아이들로부터 많은 불만을 가지게 했던지라 급기야는 이번 사건으로 학교 폭력 심의회에 올려 지게 된 것이었다.

“그 아이 평소에 행실이 너무 나빠 여러 아이들로부터 많은 불만을 가지게 만들었다고 하던데….”
“수업시간에도 간혹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해 선생님들을 당혹케 하기도 하지요.”
“여하튼 폭력은 용서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땅의 수많은 학부모들이 학교에 자신들의 귀한 자식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교사들이 마음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 아이는 이런 상태로는 우리 학교에 적을 두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전학을 권유하거나 아니면 그 극단적인 처벌을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처벌이 해결의 대상이 될 순 없다고 봅니다. 결국 그 아이가 그 나이에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은 학교 말고는 없다고 봅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보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아인 도를 넘어서는 것 같아요. 우리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가버린 아이인데…. 학교 규정대로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그 아이의 처벌을 언급하면서 전학이나 자퇴의 방법을 거론하였다. 더 이상 반대 의견을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 의견을 내는 것을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꾸만 그 아이가 마음속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교육은 좋고 아름다운 것만 감싸 안는 것은 아닌데!

“교육은 진정 아름답고 행복하고 좋은 것만 감싸 안아야 하는 것은 아닌데, 정말로 우리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야.”
“하지만 일부 극소수의 아이들로 대다수의 많은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면 그것도 무조건 교육적인 잣대로 봐야 하는 건지….”

대부분 현장의 선생님들도 이런 부분들에 많은 고심들을 한다. 정작 어떤 아이든 학교를 떠나보내게 하고픈 마음은 없다. 하지만 수많은 외적 변수들이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곤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많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상처와 시련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문득 뺨을 때렸다는 그 아이를 수업 시간에 유심히 바라보았다. 평소에 조금 행동이나 말이 과정 되어서 그렇지 심성은 그리 나쁜 아이가 아니다 싶었는데, 정작 일을 당하고 나니 애잔한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학기 초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바동대는 모습에 칭찬도 해줘 가며 이제까지 시간이 흘러왔는데,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보내야 하니 그 아이를 눈을 제대로 쳐다보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정작 교육은 뭔가! 아름다운 좋은 것만 감싸 안는 것이 아니거늘. 하지만 우리 교육 현실은 그런 지고지순의 명제조차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현실에서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발버둥 치는 나의 모습이 때론 묘한 역설적 상황으로 빠져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서종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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