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그 끝이 어디인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도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게 일탈이라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기 아주 작은 몸짓으로 일탈을 실행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있는 여교사들이 있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9명이 2005년 9월 근무하고 있는 남일초등학교의 교목인 '백송'의 이름을 따서 백송수채화회를 결성하고 이번에 제1회 백송수채화전을 여는 충북 청원군 남일 초등학교 여교사들이 그들이다.
“안녕하세요.
더위와 벗하며 부지런히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때론 예상치 못했던 오묘한 색깔에 취해 보기도 하고, 그동안 잠자고 있던 우리들의 끼에 환호하며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달려왔습니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무한한 예술적 욕구를 끊임없이 분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첫 기획전입니다. 우리 함께 수채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보고 내 안의 예술적, 학문적 기질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부디 오셔서 함께 보시고 참여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길 소망하며 그림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을 이 전시회에 초대합니다.”
‘모시는 글’에서 밝힌 대로 백송회 회원들은 수채화회가 창립된 후 1년 동안 예술에 대한 내적 욕구를 끼로 나타냈고, 색깔의 오묘함에 취해 환호했고, 자아를 화폭에 담으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갔다.
22일 오후 5시, 청주시립정보도서관 1층 문화사랑방(청주시 용암1동 중흥공원 앞)에 마련된 전시실에서 백송수채화전 오픈행사가 있었다. 백송회 회원인 류재월, 강미연, 민인숙, 심미경, 최남희, 고선희, 임분희, 윤여훈, 오나미 교사와 지인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삶이 생활에 얼마나 활력소가 되는지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꽃과 풍경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 20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회원들이 빠듯한 학교 일정 에 쫓기면서 방과 후나 퇴근 후까지 학교 교실에서 주 2회씩 이경선 작가로부터 꾸준히 수채그림 지도와 작품 활동을 해온 결과물이다.
“환희와 갈채를...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촌음이 아까워 동분서주하면서도 그들은 하늘에 아빠 얼굴, 勳이 모습을 그렸습니다. 지루한 장마에도 유리창에 수채화를 남겼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식탁을 마련하면서도 정성스런 눈길로 행복을 그렸습니다. 이제, 그들의 주옥같은 작품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나의 소중한 동료들에게 믿음과 지칠 줄 모르는 용기와 그들의 대견스러운 모습 앞에 환희와 갈채를 보냅니다.”
축사의 내용에 들어있듯 직원들을 가족같이 아끼고, 직원들의 끼를 밀어주는 남제희 교장과 가끔 들려 회원들이 작품 활동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게 보람이라는 김한수 교감이 든든한 후원자였다. 회원들의 말대로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며 개인의 역량을 담아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 바로 학교 측의 배려였다.
한편 류재월 회장은 “수채화는 미술 분야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야로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마음도 더 편안해지고 너그러워진 것 같다”면서 “직업인들이 무엇을 새롭게 배운다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여러 선생님들이 함께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나를 위한 작업이지만 아이들을 가르칠 때 자신감도 생기고 즐겁게 생활하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9명의 여교사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꾸준히 자기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다른 교사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백송수채화전 전시회장을 찾아 그림과 더 가까이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