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를 냉방에 방치해 죽게 만든 패륜아에 대한 소식이 우리를 슬프게 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재산문제로 인한 형제간의 갈등 때문에 부모를 학대했고 더구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도 세 아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다.
아들 4명과 딸 1명을 두고 한때는 회사를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사람도 말년에는 자식들에게 버림받으며 비참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재산문제로 인한 갈등이 사람을 얼마나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누구나 나이 먹으면 늙는다. 늙으면 힘만 없는 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노인들의 소원대로 곱게 늙기도 어렵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되돌아보는 나이가 되고 사람들이 왜 그래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사실 깊이 생각하거나 따질 것도 없을 만큼 단순한 일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돈 앞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게 현대인들이다.
그런데 그걸 실천한다는 게 말같이 쉽지 않다. 더구나 부모와 자식이 따로 살고 생각까지 다른 게 핵가족시대의 사회적인 현상이고, 효도보다 불효에 관한 얘기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상이다. 결국 별수 없는 돈이 천륜인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철천지원수로 만들면서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한다.
맏이가 아닌 내가 병환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살다보니 여러 가지 애환도 많다. 어떻게 하는 것이 불효인지도 잘 모르면서 어쩔 수 없이 가끔은 불효를 한다. 그래서 효도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우치고 뉘우친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국제신문 조미령 기자의 기사에 의하면 70대 아버지가 생활비를 주겠다고 3800만원을 빌려간 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들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돈을 모두 돌려받게 되었다니 과연 이게 기쁜 소식인지 슬픈 소식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농사일에 막노동을 하며 고생한 아버지가 대학공부까지 시켰고, 그 덕에 대기업에 취직해 슬하에 3남매를 둔 가장이 되었으면 부모에게 감지덕지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게 부모와 자식을 떠나 인간의 도리다.
그런데 가진 것도 없는 부모의 재산을 생계조차 잇기 힘들게 다 축내놓고는 도움을 요청하자 시부모의 멱살까지 잡고 심하게 욕설을 해댄 며느리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어머니의 병문안을 한번도 오지 자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왠지 동방예의지국과 효를 부르짖는 우리나라의 얘기라는 게 서글프다.
늙고 병든 아내와 도저히 먹고 살 길이 없어 천륜을 끊으며 법에 호소하는 마지막 길을 선택한 아버지의 슬픔을 자식이 만분의 일이라도 헤아렸더라면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 가슴이 아프다.
부모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되풀이 하는 게 아이들인데 도대체 자식들의 얼굴은 어떻게 쳐다보고 살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사람의 탈만 쓰고 있으면 뭐하나? 얼마나 사람답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가장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가장 충격이 크다고 한다. ‘자식이 원수’라는 말 부모에게는 가장 슬픈 말이다. 그래서 마구 뱉어낼 말이 아니다.
혈연과 지연으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다. 만날 일도 있고 소식도 자주 들어야 해 자식과 담쌓고 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자식교육이 중요하다. 머릿속에 지식을 많이 넣어주거나 재산을 많이 물려주자는 게 아니다.
돈 앞에서 초연할 수 있을 만큼 올바른 정신자세를 갖게 하는 자식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늙어서야 안다. 그런 사람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