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을 부추기는 방송 프로그램

2006.08.28 13:10:00


지난 목요일 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TV를 시청하게 되었다. 웬만해서 TV를 시청하지 않던 내가 TV를 시청하게 된 동기는 막내 녀석의 성화 때문이었다. 막내 녀석은 꼭 보아야 할 프로그램이 있다며 모 TV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채널을 맞추었다. 그리고 막내 녀석은 TV를 시청하는 내내 재미가 있어서인지 연신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의 마지막 코너는 교사인 나에게 불쾌감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내용인즉 꼴통학생들과 그 아이들을 명문대학으로 진학시키려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재미있게 풍자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을 지켜보던 막내 녀석이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아빠도 학교에서 형, 누나들을 저런 식으로 때려?"

순간 막내 녀석의 갑작스런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플라스틱 깔때기로 학생들의 머리를 때리는 선생님의 그런 모습이 초등학교 학생인 막내 녀석에게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녀석에게 그 내용에 대한 상황 설정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녀석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계속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체벌 문제가 사회 이슈로 되고 있는 작금 그와 같은 장면은 시대적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어 시청률 또한 높은 걸로 알고 있다. 한편으로 초등학교 막내 녀석의 눈에 우리나라 모든 선생님들이 그런 식으로 비추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특히 그들의 대화 내용 중에는 비속어가 많아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이 그것을 배워 무분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어느새 막내 녀석은 대화에 나온 몇 개의 비속어를 암기라도 하려는 듯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물론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사실 그대로 이야기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해주려는 메시지는 공감할 수 있으나 거기에 따른 어휘사용과 선생님의 지나친 행동은 우리의 학교 현장을 오히려 왜곡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TV 프로그램의 이 코너를 두고 지금 네티즌들의 공방이 뜨거운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현실성을 배제한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무조건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도로 불안한 시기로 치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국민들의 입에서는 세상을 한탄하는 쓴 소리만 나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국민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방송사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웃는 그날까지 방송사는 노력하라”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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