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공화국’으로부터 청소년을 구출하자

2006.09.02 07:38:00

‘도박’의 사전적인 의미는 『돈이나 재물을 걸고 서로 따먹기를 다투는 짓, 요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대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이런 ‘서로 따먹고 다투는’ 위험한 도박이 사회 곳곳에 심각하게 만연됨으로써 가정이 파산되고 국민들의 정서와 사회가 치명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 사회전반에 도박에 대한 거부감은커녕 더 이상 도박이 도덕적이고 부정적인 ‘부끄러운 행위’로 인식되지도 않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은 ‘도박불감증’에 빠져든 것이다.

정부는 IT산업 육성정책의 명분에 따라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소싸움, 로또 등 도박산업을 공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기업은 서민들의 눈물과 한이 서린 돈을 뜯어 세수를 올리고 그 수익금의 일부를 체육, 축산 진흥 기금, 사회 복지 기금으로 환원함으로써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까지 가세해 합법적으로 사행성 도박을 미화하며 육성하고 있는 것이 한국 도박의 현주소다. 결국 정부의 불합리한 법과 제도가 불법 도박을 부추기고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우리 민족의 건전한 민속놀이인 윷놀이와 장기, 바둑 등은 물론 볼링, 골프 등 대중 스포츠도 ‘사교와 여가선용’으로 포장되어 놀이로 끝내지 않고 돈이나 물건 등 무엇인가를 걸고 하는 추세다. 이렇듯 전통적인 놀이와 오락 등도 도박으로 변질되는가 하면 이제는 화상 경마, 게임랜드 등 신종 도박이 어느새 농촌지역, 주택가를 가리지 않고 깊숙이 침투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특히 청소년들이 주로 접속하는 온라인상의 인터넷 도박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어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도박중독이 심각한 이유는 인격과 정체성이 채 형성되기도 전에 땀 흘려 일하기보다는 손쉽게 일확천금을 꿈꾸는 환상과 한탕주의에 빠져들고 점차 자극적인 쾌락에 빠져들어 회생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가정이나 PC방에서 크고 작은 도박에 빠져 있고, 심지어는 학교에서 몰래 도박게임을 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랭키닷컴(http://www.rankey.com)에 따르면 주요 게임포털의 도박 게임 접속자의수 약 20%가 10대 청소년이라고 한다. 이는 20~30대 못지않고, 오히려 고스톱과 친근한 40대보다 더 많은 수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중독성이 강해지고 증상도 빨리 심화될 수 있다는 연구를 감안하면 이는 실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박은 놀이와 내기, 친교와 경쟁, 취미 생활과 생산 활동 등이 어우러져 공존하면서 복합적으로 이루어 가는 놀이문화를 왜곡시킴으로써 청소년의 건전한 발달을 저해하는 사회악이다. 지금부터라도 건전한 게임은 적극 육성하되 청소년들의 정신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무분별한 인터넷 게임 개발을 엄격히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엄하게 단속해야 한다.

이제 국가, 정치권은 물론 학부모, 교원단체 등 모두의 힘과 지혜를 한데 모아 청소년들의 도박에 대한 오류와 모순된 인식을 치유하고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즉시 강구해야 할 때다. 하루빨리 ‘도박공화국’으로부터 병들어 가는 청소년을 구출해야 한다. 건강한 청소년이 미래 사회를 생동감과 활력이 넘치고 생산적인 사회로 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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