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 치는 폭력배, 교실이 불안하다

2006.09.07 10:38:00

1980년 전두환 정권에서는 ‘사회악 일소 특별조치’에 따라 조직폭력배를 삼청교육대로 입소시켜 집중 소탕한 적이 있다. 노태우 정권인 1990년에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조직폭력배를 대대적으로 단속했으며 김대중 대통령도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폭력배 단속 종합대책’을 통하여 폭력조직을 집중 단속함으로써 그 동안우리 사회에서 폭력배들의 활동이 비교적 잠잠한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조직폭력배가 독버섯처럼 번져 연예계, 사업계, 정치계, 이제는 학교까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진출하여 활개 치고 있는 느낌이다.

집회 중인 대학 캠퍼스에 쇠파이프와 흉기를 든 조직폭력배들이 난입하는가 하면 농성 중인 사학재단 사무실에도 폭력배가 난입하여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에는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 난입한 지역의 폭력조직이 흉기와 야구방망이로 집단폭행해 상주를 비롯하여 문상객에게 중상을 입힌 적도 있다.

얼마 전 미군기지 확장 이전을 반대하는 평택 주민들의 시위 현장에도 어김없이 폭력배가 동원되는가 하면, 북한산을 관통하는 도로 건설을 반대하며 수행중인 스님과 재가자들이 승려로 위장한 괴한들에 의해 폭행당하는 등 폭력배가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공교육 현장도 폭력배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 한 고등학교 교실에 무단 침입한 폭력배에게 학생이 차량 트렁크에 실려 납치돼 폭행까지 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2개월여 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결국 조직폭력배 일당을 검거했지만 폭력배가 신성한 학문탐구 공간인 교실까지 난입하고 학생을 위협하여 납치한 사건은 중대한 사건으로 대책이 요구된다.

몇 년 전에는 여중생 수명을 1년간 상습적으로 집단 성폭행하고 금품까지 갈취해 온 경남 밀양의 학교폭력전문 조직원 수십 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아직도 학교 주변에는 폭력배 및 약물복용자, 불법유흥업소 등 청소년 유해환경이 즐비하고 사회는 조직폭력배에 의한 성폭력과 연쇄 강도강간, 집단폭력으로 불안하기만 하다.

이번 학생 납치 폭행 사건을 보면서 앞으로 조직폭력배들이 교실로 난입하여 학생들을 상대로 어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를지 걱정이 앞선다. 만약 크고 작은 폭력조직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 사회 곳곳에서 활개 칠 수 있도록 국가가 안이하게 방치한다면 이 사회는 조직폭력배가 설치는 ‘조폭공화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학교는 자라나는 학생들이 학문을 탐구하고 인성교육을 받는 신성한 곳으로 마땅히 사회악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 폭력배가 학교 교실에까지 난입하여 학생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폭력배 교실 난입’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교육당국은 치안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학교전담경찰관」제도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폭력배로부터 학교와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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