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2006.10.04 09:07:00

사람에게는 많은 욕구가 존재한다. 본능적인 욕구부터 사회적인 욕구까지, 물질적 욕구부터 정신적 욕구까지, 수준에 맞는 욕구부터 과욕까지, 이룰 수 있는 욕구부터 영원히 이루지 못할 욕구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한 욕구들이 삶의 원동력이 되게 한다. 사람들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에게도 많은 욕구들이 존재한다. 가정적·사회적인 욕구, 물질적·명예적인 욕구 등 많다. 그 욕구들 중 승진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교사들도 승진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십수 년 또는 이십수 년 동안 교육활동에 최선을 다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승진할 수 있는 각종 규정에서 요구하는 고과성적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본연의 업무인 학생들과의 교육활동에 최선의 노력을 하면서 도서벽지 근무, 연구 실적, 각종 연수 성적, 복무태도 등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은 승진보다는 학생들과의 교육활동을 통해 진실로 보람을 느끼면서 이타적인 욕구만을 달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옳은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직도 엄연한 조직 집단이다. 어느 집단이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조직에는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교직사회도 마찬가지다. 능력 있는 교사가 승진하여 학교장이나 교감이 되어야 한다.

장기간에 걸쳐 준비하고 노력하여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던 선배교사들의 공든 탑이 무너진 경우를 많이 보았다. 수시로 달라지는 승진규정 때문이다. 당연한 기대가 물거품이 되었을 때의 실망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단기간의 노력이 아닌 그 많은 세월 동안의 노력이 쓸모없게 되었을 때의 좌절감을 안고 허탈해 하던 선배선생님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머피의 법칙’이다.

‘머피의 법칙’이 있기에 ‘셀리의 법칙’도 있다. 승진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달라진 규정 때문에 승진의 대열에 끼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느닷없이 정년을 3년이나 단축했을 때 그랬고, 도서벽지 가산점의 적용 비율의 잦은 변동으로 그랬다. 기본경력의 산정 기간의 30년, 28년, 25년 등의 변경 때문에 그랬다.

이제 다양한 방법으로 교장을 선출하려 한다. 변화와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기존의 승진 방법 외에도 공모제나 선출보직제 등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려 한다. 자격증 없는 교장도 뽑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교육을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의 연장으로 보는 것 같다. 교육공무원, 대학 교수, 민간단체나 기업의 CEO 등을 대상으로 공모교장을 임용한다는 것이다. 수십 년 간 교육현장을 지켰던 교사들의 능력을 간과하는 듯하다.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사전연구와 여론을 중시해야 한다. 옳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어서 ‘머피의 법칙’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 장기간에 걸쳐 착실하게 승진준비를 한 교사들이 실망하지 않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현장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교경영을 하게 하여야 한다. 교육의 성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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