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국경일과 추석 연휴 사이에 끼어 있는 2일과 4일을 효도방학으로 정해 아이들이 8일간 등교하지 않도록 했다.
이틀 동안 어린 아이들을 어디에 맡기라고 학교 마음대로 휴무일로 정했느냐? 중ㆍ고등학교 아이들이 어떻게 쉬라고 중간고사 일정을 추석연휴가 끝난 후로 잡았느냐?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에서 시비를 붙으면서 비난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우리 학교는 당당했다.
이번 효도방학은 교직원들 마음대로 갑자기 결정한 일이 아니었다. ‘학교의 휴업일은 학교장이 매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에 학교운영위원회의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초·중등교육법」제47조에 의거 2월 달에 결정된 일이었다.
떳떳한데 주눅들 일이 무엇인가? 떳떳한데 시비를 붙은들 뭐가 걱정인가? 계획된 대로 일찍 효도방학과 8일 동안 지켜야 할 일에 관한 안내장이 발송되었다. 물론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지도한다는 것도 안내를 했다. 우리 학교 학부형들은 이번 효도방학에 관해 아무도 불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한두 명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야 하지만 전체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민주주의다. 그런데 소수의 의견이 전체를 좌지우지 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런 소수의 의견이라면 오히려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일들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에 무계획적인 게 없다. 교육계획에 의해 이뤄지는 일들까지 감 놔라 배 놔라 일일이 시비를 붙으면서 학교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회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피곤한 학교, 피곤한 교원들에게서 생산적인 교육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 학교가 나서야 한다. 일부의 얘기를 전체인양 호도하는 매스컴이나 사회분위기에 잘잘못을 밝히며 당당히 맞서야 한다. 학부모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효도방학을 원하고, 공부에 대한 리듬을 잃지 않게 하려고 연휴 후에 중간고사를 본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 물론 떳떳하고 정당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당당한 교원들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이뤄진 당당한 교육이 당당한 아이들을 길러낸다는 것은 왜들 생각하지 않을까? 학교나 교원들에게 보약을 달라는 게 아니다. 같은 값이면 칭찬하면서 교육계 전체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