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체육행사 도중 배구경기를 하다 무릎 인대가 파열된 체육교사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공무상 재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용인즉 중학교 체육교사가 교내에서 열린 교직원 체육행사에서 배구경기를 하다가 점프를 해 스파이크를 한 뒤 땅으로 착지하면서 넘어져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체육행사는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다. 이번 판결문에서 밝혔듯 학교운영지침인 직원체육운영계획에 따라 전 교직원을 상대로 실시하고, 정규 근무시간 중에 실시되고 있으니 당연히 공무상 부상에 해당한다.
그런데 관리자들의 관심 여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이런 일들은 개인에게만 책임이 전가되기 일쑤였다. 교직원들이 공무상 요양을 받는 절차가 까다롭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관리자들이 나서서 일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요구가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까탈을 부리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마저 있었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얘기지만 이웃학교와의 교직원 배구경기 중 무릎의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하고 오랫동안 병원에서 고생했던 일이 있다. 그때 바른 말 잘하던 나도 관리자들에게 공무상 요양을 요구했었다. 일반적인 사회분위기나 학교분위기가 요즘과 다른 시절이었으니 씨가 먹힐 리도 없었고, 제발 서류라도 내주길 바랐으나 누구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왜 앞뒤가 같은 사람이 인격자로 존경받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배구경기든 아이들 지도든 앞에서는 열심히 해줄 것을 요구하고서 사고가 나니 나몰라라 뒷짐집고 구경하는 관리자를 누가 믿고 따를 것인가? 오랫동안 서운한 감정을 못 풀고 원망을 키웠었다.
이번 교직원 체육행사 도중 다친 것을 ‘공무상 재해’로 판결 받은 것은 한 개인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교육행사에, 모든 교직원들에게 해당되는 일이기에 소송 당사자인 선생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학교 안에서 어떤 현안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 혼자 고민하게 하지 말고 모두 내 일인 양 나서 당사자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교직원이라면 당연히 우리 교육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남의 일인 양 강 건너 불구경할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왕이면 관리자들의 관심이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사랑이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