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어디 있습니까?

2006.10.09 15:57:00

출근길 운전 중에 벨이 울린다. 이미 골목길로 접어든지라 차 속도를 줄여가며 전화를 받았다. 운행 중엔 전화를 받지 않아야 하지만 계속 울리는 전화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아침 전화를 바로 받지 않으려니 뭔가 찝찝하다.

실로 아침 전화는 반갑지 않다. 좋은 일로 걸려오는 전화는 드물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 학교를 못 온다든지, 아님 늦잠을 자서 늦는다는 등 그런 경우가 많다.

“여보세요.”
“선생님, 저 진깁니다.”
“진기???”

갑자기 머리에 혼란이 온다. 우리 반에 ‘진기’라는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 잘못 들었는지 다시 한번 묻는다.

“누구?”
“진기입니다”
“3반에 진기 말인가?”
“예.”

작년에 우리 반에 있었던 말썽꾸러기 학생이다.

“웬일이니?”
“선생님, 어디있습니까?”
“학교 근처인데 왜 그러니?”
“아! 선생님 차 얻어 타려고 학교 밑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오이소.”

우리 학교는 산 중턱에 있다. 학생들이 아래에서 올려오려면 제법 숨이 찬다. 학생들에게 우리 학교에 대해 불만인 점을 말해 보라면 ‘학교가 너무 높아 올라오는데 너무 힘들다’는 고 하는 것이 우선순위에 든다.

하지만 공고인 우리 학교는 적당히 높아서 좋은 점도 많다. 첫째 주위 환경이 산으로 둘러싸여 경관이 좋다. 아래가 훤하다. 공기가 맑다. 원하든, 아니든 아침마다 적당한 운동을 하니 건강에 좋다. 공고생이라 졸업을 하면 주로 힘을 바탕으로 하는 직업에 많이 취직하는데 근육이 발달해서 좋다.

허나 그건 나중의 일이고 올라오는 지금은 불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생들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낸다. 정문을 지키지 않는 이른 시간에 택시를 타고 올라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학생은 일찍 등교한다고 옛날 선생님께 자랑도 할 겸 선생님 차를 이용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진기는 학교 아래에서 친구 몇이랑 기다리고 있다. 나를 보자마자 손을 높이 든다.

“선생님,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좋았어, 그 적극적인 태도가 좋아서 태워주지!”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선생님을 보면 죄가 없어도 무서워서 마냥 숨으려고만 했는데 지금은 전화를 하여 차 태워 달려고 하니.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이태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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