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수요예측 이래서야

2006.10.12 08:50:00

앞으로 5년간 초등교원 신규채용이 없어야 한다는 기사(한교닷컴 10. 9)를 읽고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는지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어나는 교원수급을 채우기 위해 정규 사범교육을 안 받았거나 오랫동안 교단을 떠났던 사람을 교단에 서게 한다면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교원 수요 예측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이는 먼 앞을 보지 못하고 즉흥적인 교원양성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 초등교원의 빗나갔던 수요 공급정책으로 빚어진 교원임용의 굴곡이 있었던 과거를 되돌아보자.

옛날 사범학교가 없어질 무렵 교원이 남아돌아 발령을 기다리거나 부족한 타시도로 발령을 받아 객지에서 자취생활을 한 교원들이 많았다. 2년제 교대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교원이 너무 모자라서 중등교원자격소지자가 단기교육을 받고 초등교사로 발령을 받았었다. 그것도 모자라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들을 뽑아서 임시교원양성소를 개설하여 단기연수를 마치고 교단에 서게 하였는데 그래도 모자라서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뽑아 임시교원양성소에서 교육을 시켜 학교현장에 발령을 내는 이변도 있었다.

어렵게 교육대학에 입학하여 2년을 공부한 사람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단기 양성소를 거쳐 발령받은 교원들이 모두 교원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우수교원으로 인정받는 많은 사람들은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준교사 자격으로 발령을 받았지만 통신대학 초등교육과를 나오거나 계절대학을 나온 경우 교대졸업생과 같은 대우를 받고 근무하게 되었다. 반드시 학력이 높아야 우수한 교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교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인 2년 정도의 사범교육을 받지 않고 단기양성과정을 거쳐 자격을 주고 교단에 서게 한 것은 정부의 수요예측을 잘못한 결과에서 온 것이라고 본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자 교육대학 입학정원을 대폭 늘려서 초등교원을 양성하자 불과 몇 년을 못가서 공급 과잉현상이 나타나 교대졸업생들은 취업이 되지 않자 면서기, 교도관, 철도공무원, 등 다른 직장을 찾아 잠시 종사하다가 몇 년 후 교원으로 돌아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국민의 정부에서 단칼에 3년을 자르는 정년단축 때도 당장 앞에 닥칠 수요예측도 생각하지 않고 많은 명퇴금을 주어가며 명퇴까지 시켰으니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나 하는 생각뿐이다.

정년단축 후 당장에 아이들을 가르칠 초등교사가 부족한 현상이 지역에 따라 나타나자 20년, 30년 묵은 장롱자격증만 있어도 신규교사로 채용하여 교단에 세웠다. 중등교사 자격소지자가 남아돌자 이들을 예체능과 영어 전담교사로 채용해도 모자라 중등교사자격소지자를 교육대학 3학년에 편입시켜 2년을 교육시킨 다음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도 모자라는 교원을 채우기 위해 명퇴를 한 교원을 다시 신규교사로 채용하여 아이들을 맡기는 부끄러운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국교육개발원 김이경 연구원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는 '저 출산 및 학교교육 변화에 따른 교원정책 수립 기초자료 조사ㆍ정책 연구자료'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교원수요를 예측한 결과 초등학교 교원의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서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신규 채용이 이뤄지면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하니 앞으로 졸업을 하는 교육대학 졸업생들은 5년간 실업자가 되어야 한다는데 이들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 어렵게 교대를 들어가 4년간 공부한 우수한 예비교원들이 넘쳐나는데도 교단에 설 수 없다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하는가?

초등교원의 수요예측의 잘못으로 주기적으로 부족과 과잉이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는데도 아무도 책임진 사람이 없다. 이 문제는 교대졸업생들의 취업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교사의 질이 떨어졌고 이로 인한 초등학생들의 보이지 않는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는가? 한 번의 실패를 교훈삼아 정확한 수요예측을 했어야 하는데도 수차례 예측을 잘못한 것은 어떤 변명도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다. 교육은 100년 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5년 앞도 못 보는 정책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교원양성 정책과 임용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교육의 질이 향상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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