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 선생님

2006.10.24 08:42:00

오늘 아침 출근을 하는데 검은 구름이 낮게 드리우고 바람이 제법 불었습니다. 이제 가을의 제맛을 보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계절에 민감한 교무부장 선생님은 출근하시면서 벌써 초겨울 냄새가 난다고도 하네요. 가을의 제맛이든 초겨울 냄새가 나든지 간에 아무튼 우리 선생님들은 오늘같은 날 가을다운 가을맛을 느끼면서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는 지난 주말 ‘미운 오리새끼가 된 선생님’이라는 글을 접했는데 이 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 주셨습니다. 어린 시절 배고파서 감자를 캐먹고 겨울에는 썰매를 손수 만들어서 타셨다고 했습니다. 심심할 때는 오이 서리를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분께는 재미있는 추억일지 모르지만 도시에서 자란 저희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저는 누가 우월하고 열등한 배경인가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서로 이해하기에 너무 멀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하 생략-

이 글을 읽고서 저는 지난 날 학생들에게 미운 오리새끼가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생들과 거리가 먼 자신의 이야기를 가끔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 입장에서 이해가 불가능한 이야기들을 마구 늘어 놓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도 학생들의 생활모습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이야기를 말입니다.

저는 가끔 중․고등학교 시절 함안에서 마산까지 기차통학을 하면서 기차가 고갯길을 올라오다가 힘이 없어 몇 번이고 뒤로 물러났다 앞으로 갔다 하면서 겨우 올라가는 이야기며, 기차가 굴을 지나다가 갑자기 멈춰 그 독한 석탄 연기냄새를 맡아 고생한 이야기며, 식목일날 기차타기가 어중간해 21km나 되는 길을 걸어서 간 이야기며, 배가 고파 걸어가다 진달래꽃을 따먹으며 배를 채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가방끈이 다 떨어져 모심기줄을 끈으로 묶어서 들고 다닌 이야기며, 소매를 몇 번이고 누빈 교복을 입고 다닌 이야기며, 메뚜기 반찬이 점심반찬으로 별미며, 무밥, 조밥, 고구마밥 등을 먹은 이야기 등 무수한 학생들의 관심거리가 아닌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신이 나게 이야기를 해 왔으니 많은 학생들이 거부반응을 일으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의 추억이 학생들에게 공감이 되지 못하고 지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학생들 중에는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어 이해를 하고 공감을 하면서 감동이 되는 학생들도 있었겠지만 요즘처럼 도시에서 넉넉한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공감하기는커녕 많은 거부반응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삶과 비슷한 추억거리를 듣고 싶어 했을 것이고 그것으로 동일감을 느끼며 행복해 하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상반된 이야기만 해왔으니 그 학생들에게는 미운 오리새끼가 될 수밖에 없을 것 아닙니까? 우리 선생님들은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도 알아야 될 것 같습니다. 이야깃거리도 전 학생들이 공감하고 이해되고 관심있는 이야기가 되어야지 어느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낫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수업시간에 자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까? 자신의 추억거리를 들려주지 않습니까? 그것으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학생들로부터 미운 오리새끼 선생님으로 찍힐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체 학생들에게 공감이 될 수 있고 이해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일부 학생들에게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지만 나머지 학생들에게 공감이 되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거부반응을 일으킬 이야기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 이야깃거리라 내가 좋다고 학생들이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만 도취되어 열심히 신나게 과거를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해도 학생들 중에는 관심도 없고 공감도 되지 않고 이해도 되지 않으며 오히려 거부감만 일으키며 빨리 그 이야기를 끝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겨워하는 학생들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 학생들이 다 듣기를 좋아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만 들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이 싫어하는 선생님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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