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만 가는 비행 학생

2006.10.26 15:54:00

아침부터 하루 종일 학부모들이 기죽은 모습으로 분주하게 교무실을 드나들고, 오후에는 비행 학생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학생선도위원회’가 열렸다. 폭력 1건, 절도 2건 등 모두 3건에 연루된 6명의 학생이 대상이다. 학생이 1천 500명이나 되다보니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실제로 최근 국회 교육위의 충청북도교육청의 국감에서 작년도 대비 학생징계건을 조사한 결과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징계 사유 가운데 절도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으며 무단결석, 흡연과 음주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경찰청의 분석에 따르면 강도 사건용의자의 태반이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연령층이라고 한다. 이상성격 형성, 비정상적인 이성교제, 문란한 성생활, 폭력, 무절제한 생활, 학교 탈선자 및 학생비행의 문제 등 그 유형도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의 범죄도 목적은 대부분 금품이지만 강도, 강간, 폭력, 상해 등 포악한 폭력범죄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로 충격적이다.

한국청소년개발원(http://www.youthnet.re.kr)이 내놓은 자료는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에 현재 방치될 경우 심각한 성장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이른바 ‘성장위기청소년’이 170만 명으로 이는 전체 청소년의 21.8%에 육박하는 규모다. 더 큰 문제는 이들 5명중 한 명꼴은 가정해체·자살 충동에 노출되어 있으며 지난해만도 청소년 자살자는 무려 2,560명에 이른다고 한다. 가출, 폭력, 학업중단, 성경험 등의 복합적 문제로 성장에 심각한 위기에 노출된 고(高)위기군 청소년도 41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급속하고 격렬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물질만능의 풍조가 팽배하고 이것이 외래의 퇴폐적 대중문화의 영향아래 젊은 세대에게 소비주의와 퇴폐주의를 만연시켰다. 이런 경향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교육을 통해 적절한 면역기능을 갖추기도 전에 각종 범죄의 유혹에 빠져 우범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학생 비행 사고를 막기 위해 생활지도, 인성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가정에서도 한두 명에 불과한 자녀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학생 비행이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사회적 풍조의 영향으로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의무교육이나 학생의 인권 존중 차원에서의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비행에 대한 처벌이래야 학교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우리학교의 경우는 그 수위에 따라 ‘훈계’, ‘교내봉사’, ‘사회봉사’ 정도이고 기껏해야 교도소 등 교화시설에서 개설하는 ‘특별봉사’ 프로그램 참여가 고작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잘못을 반성하고 교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징계를 받아 학교를 나오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처벌을 통한 ‘선도’라는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흔히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듯이 범죄의 연소화는 우리사회의 도덕과 윤리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며 청소년에게는 민족과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다. 따라서 미래의 주인공인 이들이 건전하고 폭넓은 인격을 갖추도록 올바르게 지도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며 우리 교육의 중요한 당면과제 중 하나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가정, 지역사회의 사각지대는 물론 학교 안에 잠재되어 있거나 학교를 벗어나려는 비행학생을 발견하여 치유하는 체계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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