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 안이 아주 조용합니다. 이른 시간이라 그렇겠지만 1,2학년 학생들이 없어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두 총각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변함이 없습니다. 한결같습니다. 저에게도 힘을 실어줍니다. 그분들이야말로 학교의 보배입니다. 그분들의 열심히 있기에 3학년 학생들이 힘들고 견디기 어려워도 잘 참아내고 이겨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2학년 학생들은 2박 3일 간의 수련활동 중입니다. 경북에 있는 수련원인데 가보니 수련장소로는 적당해 보였습니다. 주변에 동네도 보이지 않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학교처럼 운동장도 커보였습니다. 식당시설 등 각종 시설도 좋아 보였습니다. 건물이 깨끗해 보였습니다. 저가 99년도에 근무한 울산교육연수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습니다. 이번 2학년 학생들은 좋은 여건 속에서 수련활동을 잘 하고 있으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의 수련활동을 그려보면서 99년도의 수련활동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마 수련원마다 프로그램 내용이 대동소이할 것입니다. 오전 6시 기상입니다. 행진곡이 울림과 동시에 사감의 수련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수련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일째 기상시간입니다 신속한 동작으로 생활실을 정리정돈하고 중앙현관 앞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수련활동이 시작됩니다.
엄숙하고 장엄한 국기에 반주에 맞추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 후 울산교육연수원만이 자랑하는 넓고 푸른 바다를 향해 외칩니다. “야호, 울산○고 파이팅, 아버지, 어머니”합니다. 우리 연수원 원훈인 “푸른 꿈 갖자, 무한한 창의력을 기르자,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 라고 함께 외친 후 이어 우리의 다짐을 이렇게 합니다.
우리는
Ⅰ 자신을 바르게 알고, 겸허하게 행동한다.
Ⅰ 이웃에 봉사하고, 나라 사랑을 몸소 실천한다.
Ⅰ진취적 기상으로 밝은 미래를 창조한다.
그리고 난 다음 부모,형제,친척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묵념을 한 후 국민체조를 합니다. 그 후 운동장 세 바퀴를 돈 후 청소, 세면, 자기 관리에 들어갑니다. 아마 지금 그곳에서도 이렇게 할 거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입교식 때마다 원장님께서 수련생에게 다음과 같이 들려줍니다. “학교에서 가까이 지내지 않던 친구들도 한 생활실에서 한 연수원에서 어울려 생활할 텐데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더불어 사는 공통체 의식을 가져보자”
이번 수련회를 통해서 학교에서 친하지 않던 친구들과도 친해졌으면 합니다.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던 학생들도 화해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몰랐던 친구들도 아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말 한 번 해보지 않은 학생들과도 대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같은 숙소에서, 같은 생활실에서 함께 어울려 생활하면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도 길렀으면 합니다. 이번 수련활동이 공동체 의식 함양의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친구가 귀한 것도 알았으면 합니다. 어느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으면 합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알았으면 합니다. 마음을 열어놓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를 배웠으면 합니다. 내가 마음을 먼저 열고, 내가 먼저 다가가고, 내가 먼저 웃음 짓고, 내가 먼저 손 내밀고,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자동적으로 내가 미워했던 학생도, 나와 친하지 않았던 학생도, 나를 멀리하던 학생들도 다가올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입니다.
사면에 둘러싸인 산을 보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을 보고 들려주는 것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자연의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전혀 어울릴 수 없지만 어울리며 사는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지만 수용하는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도저히 안아줄 수 없지만 안아주는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들의 나무들을 보면서 포용력을 배워야 합니다.
친구들 속에 끼어들 자격이 없어도, 알게 모르게 안과 밖이 할퀼 대로 할퀸 상처투성이의 나라 할지라도, 아예 인간으로서 대접받을 자격이 못돼도 자기의 위치에서 할 일을 다하면서 더불어 살아간다면 하늘도 놀라고 땅도 놀라고 바람도 놀랄 것이다.
내가 먼저 울산여고라는 공동체 속에서 잘 적응하고 잘 어울리고 잘 화합하면 공동체를 안고 있는 정원의 나무들도 웃을 것입니다. 학교를 빛내주는 노란 국화꽃도 화답할 것입니다. 낮의 태양도 환하게 웃어 줄 것입니다. 밤의 달도 환하게 비쳐 줄 것입니다. 밤하늘의 별도 반짝반짝 빛을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