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명의 팬(?)보다는 한 명의 적(?)이 더 무섭더라!

2006.11.01 20:28:00

요즈음 아이들 생활지도 하기 정말 어렵다. 소수의 막무가내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가 무색할 정도로 언행이 빗나간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정말 교사의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또한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피폐해 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이라도 하 듯, 아이들의 모습도 해마다 달라져 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다수 핵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자라다 보니 그것도 혼자 있는 가정이 늘다보니 자연히 사람과의 유대관계나 성격 면에서 많은 문제를 드러낸다.

정말 아이들 지도하기가 무서워요!

최근 경남 모 고등학교 남학생이 여선생님의 지도를 거부하고 사고를 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특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교사의 지도 불응과 나아가 심하게는 스승과 제자 간에 있을 수 없는 폭력사건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기에 진지하게 고민해야 볼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교직에 들어오는 많은 선생님들, 특히 여선생님들은 이런 문제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일쑤이다.

"정말 무서워요. 그 아이의 눈빛이 살기를 띠고 저를 바라볼 때는 정말 학생지도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싶더라고요."
"큰일이에요. 요즘같이 학교에서의 체벌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지는 폭력으로 포장되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학생들의 난폭성과 폭력성은 오직 교사의 따뜻한 손길로만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가 바라는 진정한 교사의 지도상이니…"

"하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착하잖아요. 그저 몇 명의 아이들 때문에 많은 아이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니, 그게 문제잖아요."
"맞아. 정말 지도와 체벌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는데, 온통 교사의 폭력적인 체벌에만 초점을 맞추니…"
"체벌도 체벌이지만 아예 체벌로도 통제가 되지 않는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정말 교사와 학생 사이를 넘어 신변의 두려움마저도 느낄 때가 있어요."

일선 학교 현장에 여선생님들이 많다 보니 곧잘 학생들과의 지도 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되곤 한다. 최근 벌어진 교사와 학생간의 폭력문제를 두고 내심 걱정과 푸념을 늘어놓지만 학교현장과 학교 밖 현실의 보이지 않는 거리와 격차로 그 해결책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고민만을 늘어 놓을 뿐이다.

교육도 인간의 일이고 교사도 한 인간이기에…

때론 아이들 때문에 정말로 화가 치밀어 올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그런 감정 상태를 잘 조절해야 아이들 앞에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설 수 있음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잘 되지 않을 때가 많기에 부끄럽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경우도 생긴다.

"선생님이 뭔데 하지 마라 하라 해요. 숙제 안내면 0점 처리하면 되잖아요. 자꾸 귀찮게 하지 좀 말아요."
"그래도 이놈이, 다들 숙제 낸다고 고생들을 하는데, 너만 혼자 안 내겠다는 거니?"
"하기 싫은데 어쩌란 말에요."
"선생님이 마치 빚 받으러 다니러 사채업자라도 되어야 겠니, 학생이면 최소한의 과업은 해야 하지 않겠니."
"선생님 마음대로 하세요…"

며칠 전 우연히 한 여자아이와 숙제 때문에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크게 무리가 될 만한 과제도 아니었고, 조금만 신경 쓰면 될 것이었는데 끝까지 하지 않겠다는 아이를 데리고 많은 아이들 앞에서 옥신각신 한 적이 있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그저 선생님과 한 학생의 말싸움 구경이라도 한 듯 쳐다봤다. 부끄럽고 또한 미안했다.

교육경력이 아직은 일천하지만, 그래도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인기는 크게 없어도 미움은 받지 않는 교사라고 나름대로는 자부해 왔지만 요즈음 와서는 그 경계선도 무너지는 느낌이 들어 속상할 때가 많다.

한 명의 아이라도 지켜내야 하는 것이 교사의 운명일까!

학기초가 되면 대다수의 교사들은 교육심리학에서 레포형성이라 불리는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상당히 신경을 쓰게 된다. 시작이 일그러지고 좋지 못하면 일 년이 힘들다는 것을 몇 년의 담임을 해 보면 뼈저리게 경험해 보면 알기 때문에 아이들의 면면과 성정을 유심히 살피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곧잘 그런 교사의 관심과 신경에도 불구하고 불화를 일으키게 되는 아이들을 발견한다. 물론 학생 일방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그저 서로가 맞지 않다는 편견, 혹은 자기에게 편견 혹은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먼저 판단해 버리고 교사와 관계를 단절해 버리는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대다수의 교사들은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그래도 나의 편, 아니 서로가 서로에게 이해될 수 있는 사이이기를 바라며 노력하게 된다. 그 와중에 상처도 아픔도 당하게 된다. 그런 아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힘들어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상처와 아픔을 뒤로 하고, 그래도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또한 그 아이들이 보다 밝고 고운 성정을 가지고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났으면 하는 바란다. 하지만 그런 바람을 뒤로 하고 한 학기 혹은 한 학년을 지날 때까지 좋지 못한 감정으로 만남을 끝맺는 경우도 있다.

가끔 그런 아이들을 만날 때면, 왠지 모를 비애를 느낀다. 교사인 나의 마음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혹 내가 그 아이에게 뭔지 모를 실수를 한 것은 아닐까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정작 그 아이에게 다른 아이에 비해 더 많은 애정을 쏟은 경우는 더 그럴 것이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도 사람의 일인지라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가끔은 아이들과 다투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화해도 하고, 하지만 정녕 끝까지 나의 시선을 피하고 저만치 가 버리는 아이들을 볼 때면 교사라는 직분이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게 된다.
서종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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