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잘못된 교육관 자녀 망친다

2006.11.02 16:27:00

선생님, 점심식사는 잘 하셨습니까? 선생님 중에는 식사 후 운동장 트랙을 돌면서 소화를 시키고 계시네요.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트랙을 돌든, 휴식을 취하든, 책을 보든, 나무 밑에 쉬든 어떻게 하든지 점심시간이 유익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오전에 3학년 한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토대를 글을 써 봅니다. 어느 학부형이 며칠 전에 학생과 함께 담임선생님께 와서 상담을 하더군요. 그 다음날도 또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엿듣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몰라 담임선생님께 물었습니다. 그 학부형이 왜 두 번이나 학교를 방문했느냐고요.

이 학생은 신경성 노이로제에 걸려 있어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성적은 최하위에 속하고 정상적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이 학생의 집은 넉넉한 집이었습니다. 건축사업을 하시면서 외동딸에 대한 관심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부모님의 교육관은 뭔가 잘못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학교교육을 불신하고 있었고 과외만이 애를 좋은 대학에 진학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하는 야간자율학습도 하지 않고 수업을 마치면 바로 집에 가서 과외를 시켰다고 합니다. 2학년 때도 그랬습니다. 3학년에 올라와서도 그랬다고 합니다.

학년 초기에 담임선생님께 찾아와 아침 7시 40분부터 시작되는 아침자율학습도 하지 않고 보충수업도 하지 않고 저녁자율학습도 하지 않고 집으로 가게 해 달라고 했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씀드렸지만 막무가내로 ‘학교에서는 애에 대해서는 손 놔라. 모든 것 부모가 책임진다.’라는 확인서까지 담임선생님께 써 주었다고 합니다.그래서 부모님의 원대로 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종종 지각을 하더랍니다. 하루는 아침 9시가 넘어서 등교하는 것을 보고 담임선생님께서 나무라니 그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와서 ‘왜 애를 꾸중하느냐? 기를 죽이지 말라’는 식으로 전화로 항의를 하더랍니다. 이렇게 이 애의 부모님은 자녀의 잘못된 교육관으로 인해 망칠 대로 망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행실도 나빠졌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서먹하게 되었습니다.

학교교육을 불신하고 과외만이 능사인 줄 알고 자기 맘대로 애를 교육시켰으나 성적은 올라가기는커녕 스트레스만 받아 왔습니다. 반 친구들은 수시모집 때 합격을 하곤 했으나 자기는 수시에도 떨어지고 성적도 올라가지 않고 대학진학의 꿈은 까마득하기만 하니 얼마나 열을 받겠습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신경성 노이로제라는 진단을 받고서 매일 조퇴를 하고서 부산에 있는 신경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증세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두통에다 귀가 멍멍하기도 하고 구토가 나오기도 하고 피부병이 생기기도 하더랍니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니 어찌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졸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 이제 졸업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더랍니다. 졸업을 하고 나면 서울을 보내든지 외국을 보내든지 한다는 겁니다. 끝까지 자녀 망칠 생각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부모로부터 압력을 받고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니 붕 뜰 수밖에 없는 불쌍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하시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학부모님의 잘못된 자녀의 교육관이 자녀를 망쳐버린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네요.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낳은 대표적인 실패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넉넉한 살림에 지나친 부모의욕이 애를 병들게 만든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자녀의 교육은 학교에 맡겨야 합니다. 자녀의 교육은 선생님에게 맡겨야 합니다. 학교의 방침에 최대한 협조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최대한 순종해야 합니다. 부모님의 잘못된 교육관을 바꿔야 합니다. 학교를 신뢰하고 선생님을 신뢰해야 합니다. 과외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친구와의 관계도 좋아집니다. 선생님과의 관계도 좋아집니다. 성적도 향상됩니다. 노이로제 같은 병도 생기지 않습니다. 공부할 의욕도 생깁니다.

학교교육이 학생을 살립니다. 학교교육과 선생님의 가르침을 신뢰해야 합니다. 학생들과 더불어 공부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 자기 혼자 별난 시간 가져봐야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학원교육 좋아해서는 안 됩니다. 과외를 좋아해서도 안 됩니다. 공교육이 살아야 학생이 삽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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