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는 교직원과 학생들

2006.11.03 14:24:00


선생님, 오늘 아침은 더 싸늘한 것 같습니다. 교무실에 앉아 있으려니 오싹한 느낌이 듭니다. 몸이 약해 그렇기도 하지만 어제까지는 그러한 것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오늘 밤부터 비가 온다고 하네요. 비가 온 후에는 추워진다고 하니 건강에 유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저에게 감동을 주는 선생님이 참 많습니다. 감동을 주는 직원들도 참 많습니다. 감동을 주는 학생들도 참 많습니다. 아마 선생님들 중에는 저가 감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렇겠지 하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감성이 아주 메말라 있습니다. 우리학교에 4년째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만 작년까지는 크게 감동을 느낀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어제 아침 자습시간에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학생들은 조용하게 자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2층에 올라가니 한 젊은 여선생님께서 혼자서 밀대로 골마루를 닦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청소하고 난 미진한 부분을 학생들에게 공부하게 해놓고 선생님께서 손수 마무리하고 계셨습니다. 감동이 되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평소에도 그러하십니다. 그러니 선생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젯밤 야자시간에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한 원로선생님께서는 교탁에 앉아 학생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한 젊은 남선생님은 역시 교탁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계셨습니다. 또 한 총각선생님은 교실 뒤에 앉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습니다. 또 한 여 선생님은 맨 앞좌석에 학생들을 바라보며 앉아서 열심히 독서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면서 함께 독서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오늘 아침자습시간에는 3학년 선생님께서 얼마나 바쁘신지 컵라면을 끓어먹고 학생들을 돌보고 계십니다. 3학년실에 잠시 들러 이제 두 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조금만 더 참으시라고 했습니다.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까지 함께 고생하는 모습이 감동이 되지 않습니까?

또 최근에 두 젊은 여 선생님께서는 책 100권씩 학생들에게 기증을 하셨습니다. 담당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유익한 책들이라고 하시더군요. 학생들이 읽을 책이 부족함을 알고 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은 모든 선생님들의 차가운 마음에 훈훈한 훈기를 더해 주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저에게 감동을 줍니다. 어젯밤 9시쯤 3학년 12반 골마루에는 네 명의 학생이 담요를 덮어쓴 채 공부에 몰두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교실보다 골마루에서 공부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골마루에 나와서 공부하는 것입니다. 밤에는 골마루에는 싸늘하지만 담요를 덮어쓴 채 공부하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또 골마루 계단에 쪼그려 앉아 공부하는 학생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학생들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부모님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아마 감동을 먹을 것입니다. 저가 봐도 그런데 부모님은 오죽 그렇겠습니까?

감동을 주는 건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출근을 했는데 그 때 숙직을 전담하시는 오 주사님께서 밀대로 교무실 바닥을 닦고 계셨습니다. 어디 누가 시키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아무리 감정이 메말라도 감동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어젯밤 8시쯤 운동장 트랙을 돌고 있는데 교문을 지키는 경비아저씨는 모자를 쓰고 완장을 두른 채 싸늘한 날씨인데도 일찍 나가는 학생을 지도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감동이 되더군요. 당연히 매일 하는 건데 무얼 감동 받느냐 하지만 경비아저씨는 사정상 내일이면 그만 두시게 되기 때문입니다. 박봉인데다 내일이면 그만 두는데 그냥 수위실에 앉아 적당히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감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물론 학생, 직원 모두가 모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는 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이번 기회에 나는 남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인지, 아니면 나는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사람인지를 한번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언제나 감동을 주는 자가 되도록 애썼으면 합니다. 언제나 기쁨을 주는 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언제나 유익을 주는 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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