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보도에 의하면 초등학교의 복도에서 대낮에 흉기까지 동원된 폭력사건이 발생했다.
보도된 대로라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 한명이 담임이 없는 쉬는 시간에 1년 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같은 반 친구의 팔과 옆구리를 흉기로 세 차례나 찔렀고, 찔린 학생은 곧바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복수를 하기 위해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인터뷰에 응한 친구들이 평소에 괴롭혀서 그것을 보복하려고 칼로 찔렀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을 보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로서 충격을 받았다.
이유야 어떻든 흉기를 휘두른 행동은 정당화 될 수 없다. 하지만 ‘오죽하면 흉기를 준비했을까, 그동안 얼마나 고민했을까’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더 교육자나 어른들이 폭력을 방어해주지 못한 책임과 흉기를 휘두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요즘은 매스컴 때문에 보고 접하는 게 많은 세상이다. 더구나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해 나쁜 것도 쉽게 받아들인다. 잘잘못을 구분하지 못해 학교폭력에 개입하는 연령도 낮아진다. 내가 조금 당한 것에는 분노를 참지 못하면서도 남을 괴롭힌 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즉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다보니 폭력형태마저 조직적이고 난폭해진다.
문제는 아이들이 교사나 부모의 얘기를 잔소리로 듣는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이런 일이 어디 담임교사의 한두 마디 얘기나 야단으로 해결되겠는가? 부모가 아무리 타이르고 꾸중한들 막을 수 있겠는가?
이런 일이 중ㆍ고등학교에서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말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있던 일을 말할 때도 그렇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임교사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문제다.
수업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금방 물어봐도 엉뚱한 답을 말하는 게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잘못 전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합리화한 말을 그대로 믿으면 학교나 교사를 불신하게 되어있다.
솔직히 요즘 교육하기 어렵다. 학교나 교사들이나 힘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한번에 날개를 다 뽑아놓고 왜 날지 못하느냐’고 비웃기만 하면 어쩌란 말인가? 그동안 학교나 교사들이 잘못한 일이 없다거나 잘못한 일을 그냥 덮어버리자는 게 아니다. 초등학교마저 안전지대가 되지 못하는 현실도 학교의 책임이다. 하지만 반성하는 기회도 만들고 책임소재도 가리되 '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열어두자'는 것이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나 교사를 신뢰해야 교육이 발전한다. 아이들이 교사의 말에 순종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진다. 그래서 학교나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행동이나 말 한마디가 아이의 가치관 형성은 물론 학교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일을 보고도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어른들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