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낭비 요인은 없나요?

2006.11.06 21:46:00


"주인정신을 갖고 있는 교장은 학교를 보는 눈이 다르다."

지난 9월, 새로 부임한 교장이 아침 모임에서 교감에게 들려주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새롭다. 교감으로서 미처 보지 못한 것을 교장의 시각에서 일러주는 데 마치 '교장 실무 연수'를 받고 있는 느낌이다. 하나하나 일깨워 주시는 교장이 고맙기만 하다.

얼마 안 있어 교장으로 나가 현장에서 맞닥뜨릴 문제를 짚어주고 해결하는 방법을 손수 보여주시니 이보다 생생한 교장 실습이 또 있을까? 37년차의 교직경험과 3년차의 교장 노하우를 가감없이 알려주시는 것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불필요한 전등은 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아침에 켠 전등을 하교 때가지 계속 켜 놓고 있다. 제일 안타까운 사람이 교장이고 그 다음이 교감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감각한 편이다. 주인정신이 부족한 것이다.

교직원 화장실만해도 그렇다. 교장은 불필요한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게 조치를 해야겠다고 말씀하신다. 곧바로 교직원 남자 화장실에 가 보았다. 나도 깜짝 놀랐다. 무려 전등이 10개나 있는 것이다. 화장실 두 칸, 소변기 두 곳, 세면대 1곳을 위해 과연 이 많은 등이 필요할까?

애당초 설계와 시공, 감리감독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아니 잘못된 것조차 몰랐다. 교장 이야기대로 세면대, 소변대, 화장실에 각각 1곳, 즉 전등 3개면 족한 것이다. 그 동안의 소비를 무려 1/3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이중으로 운영되는 00실 하나만 없애도 수도와 전기, 난방비 등 연 1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귀띔해 준다. "선생님들은 자기들만의 편의를 위해 독실(獨室)을 차지하고 운영하려 하는데 이것을 막아야 한다"고 한다. 에너지 절약도 그러하지만 그 독실이 선생님을 나태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 교장은 최소한도 20분 정도는 일찍 출근하여 학교를 둘러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옥상의 비 새는 곳은 없는지, 운동장 배수는 제대로 되는지, 하수구가 낙엽에 막혀 넘치는 곳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씀이다. 배수로 조금만 신경 써 둘러보고 사전에 조치를 해놓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가래가 필요 없이 충분히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운동장을 돌아보니 배수구 근처에 물이 고여 있다. 나무 막대로 물길을 만들어 주니 그대로 물이 빠진다.

교장으로부터 한수한수 배우는 즐거움이 새롭기만 하다. 교감의 부족한 점을 일깨워 주는 그런 교장이 고맙다. 이런 노하우 전수가 교장실에서 수시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교육이 발전한다.

준비된 교감과 교장을 만드는데 현재의 교감과 교장이 큰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 현장 경험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본다. 학교의 낭비 요인을 살펴보다가 교장의 노하우 전수까지 이르렀다.

"김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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