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미소 가르쳐야

2006.11.09 11:43:00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둥근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얀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깨끗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향한 무언의 미소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를 향한 미소 띤 얼굴은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조용한 미소는 꽃보다 향기롭습니다. 깨끗한 미소는 국화향기처럼 번져갔습니다.

이른 아침 현관에서 밀대로 청소하시는 오 주사님의 조용한 미소는 둥근달 이상이었습니다. 그분의 아름다움은 가을꽃 이상이었습니다. 교문지도를 위해 7시 40분에 출근하시는 선생님께서 ‘안녕하세요’하면서 띠우는 조용한 미소는 역시 아름다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조금 전에 ‘조용한 미소는 꽃보다 향기롭습니다.’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 글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조용한 미소는 꽃보다 향기롭습니다. 조용한 미소를 얼굴에 담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용한 미소를 서로 주고받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인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조용한 미소를 주고받는 일은 분명 향기롭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미소를 얼굴에 담고 산다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소를 좋아해야 합니다. 둥근달처럼 조용한 미소를 보내는 것을 좋아해야 합니다. 조용한 미소가 꽃보다 아름답고 향기롭기 때문입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조용한 미소는 상대방을 유쾌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가식 없는 미소가 좋습니다. 깨끗한 미소가 좋습니다. 하얀 미소가 좋습니다. 항상 그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고 유익을 주고 향기를 주게 됩니다. 오늘 아침에도 웃으면서 ‘반갑습니다’ 하고 들어오시는 선생님을 보면 몸에 이로운 엔돌핀이 저절로 생깁니다. 인상을 찡그리면서 굳은 얼굴로 출근하면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상대방도 마음이 무거워지고 몸에 좋지 않은 아드레날린이 생길 것 아닙니까?

살기가 어렵는데, 좋은 일도 없는데, 힘들고 고달픈데, 제대로 되는 일도 없는데 바보도 아니고 어떻게 웃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살기 어렵다고 웃지 않고 화를 내면 무슨 득이 있겠습니까? 좋은 일도 없다고 웃지 않고 찡그리면 무슨 유익이 되겠습니까? 힘들고 고달프다고 웃지 않고 울면 누가 도와주기라도 합니까?

어떤 분은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 중에 하나는 매 순간 조용한 미소를 머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생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웃어야 합니다. 웃지 않으면 인생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웃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이 어렵기에 웃고 공부하기가 힘들어도 웃고 가르치기가 어려워도 웃고 교재연구하기가 힘들어도 웃고 짜증나도 웃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에게 유익이 됩니다. 그래야 남에게 유익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남에게 향기를 발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 링컨은 "나는 울지 않기 위해 웃어야 한다. 밤과 낮 동안 나를 짓누르는 두려운 고통 때문에, 내가 웃지 않았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브라함 링컨처럼 위대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울지 않기 위해 웃고 고통 때문에 웃고 슬픔 때문에 웃고 힘듦 때문에 웃어야 합니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3학생들에게 웃음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런 학생들에게 조용한 미소를 띠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유머스런 말로 미소를 띠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견뎌낼 수 있습니다. 그래야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래야 향기를 발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우유배달을 하시는 아줌마가 웃으시면서 야쿠르트를 주면서 ‘며칠 못 나와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하더군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가운데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시는 그분의 조용한 미소는 역시 저를 감동시킵니다.

할 수 있으면 작은 미소를 머금어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가능하면 조용한 미소를 만들어 내도록 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깨끗한 미소를 나누어 보도록 해야 합니다. 어떤 어려운 환경이라도, 어떤 힘든 상황이라도, 어떤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라도 조용한 미소를 머금어 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학급도 건강한 학급, 학교도 건강한 학교, 사회도 건강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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