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통행만 잘 지켜도

2006.11.10 13:41:00

지난 일요일 매월 첫 주에 산을 찾는 등산모임에서 문경 새재 길을 걸었다. 단풍의 절정은 지났지만 아직도 울긋불긋한 단풍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이미 낙엽은 쌓여서 갈바람에 뒹굴고 있었고 만추를 즐기려는 수많은 등산인파를 보면서 새재 길이 좁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재 길은 고운 모래흙으로 잘 다져진 완만한 길이어서 이야기를 나누며 편하게 산행을 하기 아주 좋은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맨발 숲길 체험을 하는 등산객도 많았고 단체에서 집단으로 산행을 즐기는 팀도 많았다.

우리는 3관문에서 내려가고 있었는데 반대로 1관문 쪽에서 걸어서 올라오는 인파도 많았다. 서로 교행을 하는데 인파가 많아서 어깨가 부딪치는 경우도 많았다. 일행 중 교수한분이 요즈음은 학교에서 죄측 통행 지도를 하느냐고 묻는다. 좌측통행지도는 하는데 성인들이 잘 안 지키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등산로에서 좌측통행만 잘 지켜져도 편안한 마음으로 산행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가장 자유로운 시간은 질서를 지키는 순간이라고 한다. 집단이 길을 통행할 때는 우측통행을 한다는데 어느 쪽이든 상행과 하행이 구분되어 산행을 하면 더 자유로운 산행이 될 텐데 말이다. 모두들 나 편한대로 간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횡대로 서서 길을 휩쓸고 가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화재가 발생하였을 경우를 상상하여 비교실험을 하였다고 한다. 줄을 서서 질서 있게 뛰어나오는데 걸리는 시간과 자유롭게 뛰어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는데 차례로 줄을 서서 대피하는 팀이 시간이 더 짧게 걸렸다는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은 질서를 불편하고 더 힘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차례를 지키는 마음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질서를 잘 지키는 생활이 습관화 되어야 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면 질서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줄을 서는 것은 어느 정도 정착을 하고 있으나 인도나 등산로 등에서 좌측통행 하나만 잘 지켜도 얼마나 즐겁고 자유로운 거리질서가 형성 될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무렇게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자유가 아닐 것이다. 남을 배려하고 모두 함께 편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도록 “좌측통행” 하나만이라도 잘 지키는 것이 문화시민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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