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끝나는 날 격려방송은 최상

2006.11.11 22:04:00

선생님, 오늘 하루 유익된 날이 되셨습니까? 저는 놀토이지만 저의 자유시간을 갖지 못하고 결혼하는 분들의 축하를 하는 일에 바빴습니다. 성수진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세 분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성 선생님이 신부화장을 하고 결혼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세 분의 결혼을 축하하는 일도 좋았지만 암환자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에 참석한 것도 뿌듯했습니다. 자기 시간이 희생되더라도 남을 위한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제 저녁은 3학년 야자가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을 격려할 겸 오랜만에 밤9시쯤 3학년실에 들렀습니다. 세 분의 미모의 선생님과 원로선생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동안 수고를 많이 하셨는데 들어가 위로가 되었으면 해서 들어갔습니다. 평소에 존경하는 원로선생님과 함께 자식이야기며 이것저것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9시 50분이 되니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방송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방송실에서 그 동안 고생한 3학년 언니들에 대한 수고와 인내와 애썼음에 대한 감사와 후배로서 격려와 위로와 찬사를 아끼지 않더군요. 감동이 되었습니다. 가슴이 찡하였습니다. 최근에 느껴보지 못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최상이었습니다.

교실마다 둘러보았습니다. 3학년 학생들은 흐뭇해하는 듯했습니다. 홀가분해 하는 듯했습니다. 2학년 학생들은 다음은 우리 차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각오를 다지는 듯했습니다. 1학년도 우리도 머지않아 이 날이 다가오겠구나.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듯 했습니다.

우리 3학년 학생들은 정말 장합니다. 3년을 지켜보았는데 우리 학생들처럼 이렇게 최선을 다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더워도 짜증내지 않고 더위와 싸우며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비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추워도 담요를 덮어쓰며 추위를 견디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감동이 되었습니다. 기쁨이 되었습니다.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서 웃음도 배웠습니다. 눈물도 배웠습니다. 낭만도 배웠습니다. 성장도 배웠습니다. 변화도 배웠습니다. 교육이 무엇인지를 배웠습니다. 그들은 우리들의 희망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정말 장합니다. 여러분은 정말 위대합니다.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합니다. 떨지 말아야 합니다. 실수하지 말아야 합니다. 너무 긴장해서도 안 됩니다. 처음에 생각대로 문제를 풀지 못하더라도 잊어버리고 남은 것을 향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웃으면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야 만족하게 됩니다. 그래야 안도하게 됩니다. 그래야 기쁨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야 선생님을 만날 면목이 생깁니다. 그래야 부모와 가족과 친지들을 떳떳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함께 수고하신 선생님의 고마움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낮이고 밤이고 함께 한 선생님을 언제나 기억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자녀보다 학생들을 더 사랑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휴가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삶을 몽땅 여러분을 위해 투자했다는 사실을 늘 가슴속에 새겨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공부한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야 사람다운 사람이 됩니다.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탁월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인애가 많은 사람이 됩니다. 그래야 후덕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현숙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결전의 날만 남았습니다. 남은 날까지 차분하게 마무리해야 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리듬이 깨져서도 안 됩니다. 차분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담대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좋은 결실이 있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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