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 진흙탕 정치판에 빠뜨리려나

2006.11.29 11:54:00

지난 7일 국회교육위원회에서 교육자치법개정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식상한 정치에 많은 국민이 등을 돌리는 판에 그나마 정치에 물들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걸고 2세 교육에 전념해오면서 교육 자치를 지켜왔는데 이제 교육마저 진흙탕 정치판에 밀어 넣는 꼴이 연출되고 있어 안타깝다.

큰 나라처럼 땅덩이가 커서 인구규모나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주마다 법이 다르고 제도가 다르게 운영하려는 것도 아니고 한 개의 주보다도 작은 나라에서 무엇을 쪼개고 나누어 어쩌자는 것인가?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는 어쩌라는 것인가? 작은 곳 소외된 곳에도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정치권에서 할 일이 아닐까? 여권의 교육위원 8명 전원이 찬성하였으니 지지도가 더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지방자치가 만병통치처럼 교육을 지자체에 흡수하려는 논리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통과된 법안을 자세히 드려다 보면 교육의 재정확충 등 외적인 면의 발전만 기대하고 있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2세 교육을 잘 할 수 있는 희망보다는 교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정치적 논리에 교육계가 혼란을 가져올 것은 예상도 안 해보고 만든 법안 인 것 같다.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선출하는데 현재 학교운영위원 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간선제라서 불법선거 시비에서 자유로운 주민직선제로 한다는 것인데 현재 운영위원들도 막상 선거를 하려면 어떤 후보가 교육위원으로 마땅한 인물인지도 잘 모르고 투표에 참여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주민들이 뽑아야하는 지방자치 선거에는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 단체장, 기초의원을 뽑아야하기 때문에 헷갈리는데다 학부모도 아닌 주민들에게 교육감과 교육위원까지 뽑아달라는 것도 혼란스럽고 무리가 따르지 않겠는가?

광역단체장이 교육까지 장악하고 교육 자치를 말살하려는 이 법안은 시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교육감과 교육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판에 줄을 서지 않으면 당선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광역자치의 교육수장이 교육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당선된다면 교원들의 존경을 못 받을 것이며 교육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혼란이 초래 될 것이라고 본다. 교육수장 한명이 비전문가가 앉으면 요직도 비전문가가 앉게 되어 교육이 전시행정에 치우치고 정치 쪽에 눈치만 보게 될것이므로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둘째, 지방자치가 되면서 기초단체만해도 10 여개 이상의 축제가 개최되어 공무원들이 축제에 매달려서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축제를 치르다가 한해가 가고 있다는데 교육이 지방자치 밑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행사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강제동원 등을 피할 수 없을 텐데 교육과정운영이 제대로 되겠는가?

셋째, 경기도나 서울처럼 인구가 집중되고 있어 학생이 계속 늘고 있는 시도는 재정 자립도가 높아 교육여건이 더 좋아지겠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시도의 경우 교육격차가 더욱 심화되어 자녀교육을 위해서 대도시로 이주를 하는 현상이 지금보다도 더 가속화되어 학생들이 없어서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날 것이며 인구의 도시집중을 부추길 것이다.

넷째, 국가공무원인 교원들을 지방직화 하면 신분보장이 안 되어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지 않아 마음 편하게 교육에 전념할 수 없게 되어 교육의 질도 떨어질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도의 경우 보수격차가 크게 날 것이며 교원의 대도시 집중화현상이 나타나면 교육의 균형이 깨지고 황폐화를 가져 올 것이다.

다섯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한 헌법 31조에 위배 되고 교육의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위원회에서 조례제정권과 예산 최종 의결권도 부여하는 독립형의결기구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반대 이유이다. 법적인 시비는 또 있다. 평균 12만 명을 대표하는 시의원과 평균 120만 명을 대표하는 교육의원이 동일하게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위배된다고 하니 위헌시비까지 예상된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것은 숫자의 의미뿐이 아니라 그만큼 신중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제도도 바꿔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교원의 수급문제도 생각하지 않고 단칼에 3년을 자른 정년단축의 후유증으로 교육의 질이 저하된 것도 큰 잘못이었는데 교육 자치를 말살하고 지방자치의 정치판에 흡수시키려는 것은 어마어마한 잘못 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100년이 지나도 후회보다는 잘 한 일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찬성표를 던진 국회교육위원들의 반성을 촉구하며 지금이라도 교육계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본 회의 통과를 막아야 한다. 언젠가 후회할 일은 사전에 막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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