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2006.11.17 08:47:00

선생님, 오늘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하지만 다시 힘을 얻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날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겨울맛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어제부터 날씨가 싸늘한 것을 느꼈었는데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나이 탓하기는 멀었지만 손끝이 시리고 무릎이 시립니다.

어제 수능생을 격려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며 힘을 실어준 3학년 담임선생님과 수능감독을 위해 애써 주신 여러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하게 됩니다. 본부요원으로 본부실에서 문제를 배부하고 답안지를 점검하고 정리하느라 수고하신 선생님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대해 새삼 선생님의 숨은 능력과 성실을 보게 되어 마음이 흐뭇합니다.

선생님들의 섬세함과 신속함과 정확함과 넉넉한 수고로 인해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그 추운 가운데 골마루에서 복도 감독을 하신 여섯 분의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연세 많으신 분을 배려하는 측면에서 복도감독을 배정한 것이 오히려 날씨로 인해 고생만 시켰다 싶어 미안한 감도 듭니다.

100점이 아니라 110점이었습니다. 110점은 돌려놓으면 0점이 되어 105점이라고 아침 일찍 수고하실 선생님께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100점을 초과했습니다. 그보다 그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교무부 소속이 아닌데도 협조해 주신 선생님들의 열성도 돋보였습니다.

평소와 같이 출근을 해보니 3학년이 보이지 않아 조용합니다.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합니다. 3학년은 학생들은 그 동안 긴장으로 인해 녹초가 되었을 것입니다.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을 것입니다. 고3학생들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느슨해져서는 안 됩니다. 긴장이 해이해져도 안 됩니다. 마음이 풀어져도 안 됩니다. 다시 다짐해야 합니다. 다시 긴장해야 합니다. 다시 정돈해야 합니다. 지금은 다짐을 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은 결정을 해야 할 때입니다. 원망할 때가 아닙니다. 한탄할 때도 아닙니다. 싸울 때도 아닙니다. 괴로워할 때도 아닙니다. 포기할 때도 아닙니다. 걱정할 때도 아닙니다.

오늘 아침 ‘올바른 선택과 결단이 유혹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거기에는 유혹에는 두 종류의 유혹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싸워서 이겨야 할 유혹이 있고 또 하나는 피해야 할 유혹이 있습니다.”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이제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탈선하기 쉽습니다. 생각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유혹을 받기 쉽습니다. 그래서 찾아오는 유혹을 이기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온갖 잘못된 유혹을 싸워 이기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구속에서 해방되었으니 못 먹던 술이나 친구들과 함께 실컷 먹어보자’ ‘이제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풀겸 친구들과 함께 춤추러 가보자’.‘이제 그 동안 해보지 못한 연애도 해보자.’ 등등 온갖 생각이 떠오를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잘라내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뿌리뽑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혹의 길도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아침 어느 신문 칼럼을 보니 학부형들은 수능성적이 걱정이 되지만 수능 이후 생활지도가 더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가정에서뿐만 아닙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부모님도 걱정이 될 것이고 학교 선생님들도 걱정이 될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유혹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피해야 할 유혹이 무엇입니까? 그게 바로 성적인 유혹일 것입니다. 성적인 유혹을 피하는 길은 마음의 다짐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그런 자리를 피하는 것입니다. 남녀는 자석과 같아서 곁에 가면 달라붙는 속성이 있어 어른들께서는 늘 남자는 여자를, 여자를 남자를 조심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까? 그런 자리를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그래야 유혹을 이길 수 있습니다.

유혹의 생각을 피하고, 유혹의 장소를 피하고 미리 마음에 각오하고 결단해야 합니다. 술도 마시지 않겠다. 담배도 피우지 않겠다. 춤도 추지 않겠다. 음란비디오도 보지 않겠다. 친구들과 어울려 탈선하지 않겠다. 오직 수능 이후의 앞만 바라보며 준비하겠다 하는 생각들로 가득차야 합니다. 그런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은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습니다.

수능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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