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 바른 선택해야

2006.11.17 22:36:00


3년 학생들이 야자를 하지 않으니 쓸쓸하기 그지없습니다. 밀물 빠져 나가듯이 3년 학생들이 빠져나가니 학생들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약 500명의 학생들이 함께 있다가 없어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영 씁쓸합니다.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훨씬 학생들 지도하기는 수월하지만 힘들어도 함께 있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저녁에는 3학년 선생님들도 뵐 수 없어 마음이 허전합니다. 그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우울해지려고 합니다. 또 다시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을는지...

오후 5시 마지막 보충수업시간에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1,2학년은 예전과 같이 생기가 돌았습니다. 하지만 3학년 교실을 둘러보니 학생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선생님들도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골마루에 비상등만 켜져 있습니다. 교실 안도 적막했습니다. 골마루에는 선생님께서 앉아 함께 하셨던 흔적만 남기고 있었습니다. 의자만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학생 없는 학교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학생 없는 교실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학생이 없고 선생님이 없는 교실은 생명이 없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쓸쓸함은 더해 갔습니다. 학생들이 있어야 교실이 의미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있어야 학교가 의미가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있어야 교실이 의미가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있어야 학교가 의미가 있습니다.

3년 교실을 둘러보니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열심히 하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골마루에서 담요를 쓰고 공부하고 있는 모습도 떠오릅니다. 계단에서 몸을 움츠리며 공부하는 모습도 떠오릅니다. 3년 교실이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었습니다. 3년 교실이 학생들에게 인내를 키워주었습니다. 3년 교실이 학생들에게 성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3년 교실이 학생들에게 열매를 맺게 했습니다.

그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에 열매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함을 봅니다. 오늘 서울대 수시모집 1차 합격자 4명의 명단이 교무실 들어오는 문과 게시판에 붙어 있었습니다. 그 동안 선생님의 가르침의 보람과 학생들의 배움의 보람이 열매로 나타남을 보면서 기뻐하게 됩니다. 아직 최종의 합격자는 아니지만 그들의 성실과 노력이 열매로 나타나니 기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들어오니 재학생 두 명 명단을 보면서 입을 짝 벌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울대 4명의 1차 합격자 중 두 명의 학생을 교무실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축하한다고 하였지요. 그들을 보니 인물도 예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인물도 예뻐구만 최후의 웃는 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라’고 격려했습니다.

이제 3년 학생들은 수능 가채점을 해서 희비가 엇갈렸을 것입니다. 결과야 어떤지 간에 그들의 모습은 밝아보였고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교무실에 들어온 학생에게 표정이 밝고 웃는 모습을 보니 시험을 잘 쳤구나 하고 한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 학생 중 한 명은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어요. 하지만 성공할 거예요’ 하더군요. 한 학생은 ‘어제 태화강에 가려고 하다가 접었어요’라고 하더군요. 그 소리를 듣고 ‘꿈에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말아라.’‘헛소리는 하지 않는 게 좋아’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3년 학생들의 생각이 참 중요합니다. 좋은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바른 선택이 필요합니다. 잘못된 생각과 잘못된 선택은 10년을 망칩니다. 아니 평생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갈 것인지를 수능점수 가채점에 의해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수시로 갈 것인지 정시로 갈 것인지, 어느 대학을 갈 것인지, 어느 학과를 선택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생각해서 대학에 맞는 논술과 면접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7부 능선을 넘었느니, 8부 능선을 넘었느니 해도 마지막 능선을 넘지 못하면 뜻을 이룰 수 없습니다. 마지막이 더 중요합니다. 마무리가 더 중요합니다. 한계를 느끼지만 막판까지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어느 동아리에서 선배들에게 한 말이 눈에 띕니다. '세상을 향한 날개짓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끝이 아닙니다. 이 말을 가슴속에 새기면서 날아보자꾸요. 우리 모두 말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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