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 멈추면 안 됩니다

2006.11.23 08:50:00


오늘 날씨가 스산합니다. 어둠이 깔렸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먹구름이 푸른 하늘을 막았습니다. 가는 빗줄기도 보입니다. 길거리에는 은행 나뭇잎이 바람에 뒹굽니다. 아주 추운 날씨는 아닌데도 추운 느낌이 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출근길 마음은 포근했습니다. 음악을 들었습니다. 생각에 잠겼습니다.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7시 전에 등교하는 네 학생이 저와 함께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어디 사느냐? 몇 시에 일어났느냐? 아침식사는 했느냐? 등등을 물었습니다. 한 학생은 덕신에 살고 있는데 새벽 5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6시에 버스를 타고 등교하였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범서에 살고 있었습니다.

먼 곳에 사는 학생들이 더 일찍 학교에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멀리 산다고 버스가 많이 다니지 않는다고 얼마든지 핑계대고 늦게 올 법한데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그 부모에 그 자녀임을 알게 됩니다. 이른 새벽부터 자녀를 위한 뒷바라지가 학생을 성실로 이끌어감을 보게 됩니다.

여름에야 아침 7시 하면 날이 훤한 시간이지만 지금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특히 오늘은 더욱 컴컴합니다. 그런데도 일찍 등교하였습니다. 3학년이 일찍 올 때에는 1,2학년 학생들이 일찍 오는 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제 3학년이 없으니 1,2학년 학생들이 일찍 등교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이런 학생들은 복장도 단정합니다. 일찍 온다고 실내화 신고 체육복 입고 등교하지 않습니다.

어제 야자시간에도 날씨가 추운데도 골마루에 나와 담요 걸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전통 있는 학교가 이게 다릅니다. 선배들이 그렇게 하니 후배들도 그대로 본을 받습니다.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날씨가 더 추워도 능히 잘 적응하리라 봅니다. 어떤 분은 실력이란 어떤 환경에서든지 잘 적응하여 자신의 일에 최선을 발휘하는 능력이라고 하는데 이런 학생들은 분명 실력있는 학생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학생들 중에는 이들과 전혀 다른 학생들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어제 학생부 선생님 한 분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요즘 학생들 중에는 날씨가 추워지니까 8시 40분부터 9시 10분까지 등교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이 매일같이 아침 7시 반부터 8시 반까지 교문지도를 한다는 것을 알고 밖에서 빈둥거리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으면 그 시간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8시 반 이후에 들어오면 반성문을 쓰고 쓴소리를 듣게 되니 그걸 피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이렇게 잔머리를 굴립니다. 못된 데 머리가 잘 돌아갑니다.

그래서 학생부장 선생님에게 내일부터 아침 8시부터 9시 10분까지 교문지도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씀 드렸습니다.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은 보나마나 착한 학생들이니까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이렇게 학생들 중에는 착한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잔머리를 굴리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못된 학생들도 있습니다. 실업계 떨어진 학생들이 인문계에 왔으니 그런 학생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는 학생들 중에는 실내화를 신고 밖에 나가다 학생부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게 될 때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따진다고 합니다. 학교생활규정에 실내화 신고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 게 있느냐고 말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이러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선생님께서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지도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심성은 누구나 착하지만 한편으론 언제나 엉뚱한 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도저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생각들로 가득차 있는 학생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차분하게 넓은 마음으로, 부드러운 자세로 학생들을 좋은 사람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이 있기에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런 학생들이 없고 모두 착하고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하면 선생님이 필요 없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가장 간과하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학생들의 생활지도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좋은 습관 가지도록 언제나 작은 일부터 관심을 가지시고 함께 지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 선생님도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면 학생지도를 멈추기 쉽습니다. 날씨가 차가워지면 생활지도를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면 생활지도를 외면하기 쉽습니다. 생활지도를 멈춰서도 안 됩니다. 후퇴해서도 안 됩니다. 계속 전진해야 합니다. 작은 일부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담임선생님 어느 누구도 지각하는 학생을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지각생이 단절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늘어납니다. 그렇게 되면 잘못된 생각들이 점점 커지게 되고 잘못된 행함이 커가게 됩니다. 이러한 학생들로 인해 전체 학생이 물듭니다. 나쁜 습관 고치도록 해야 합니다. 좋은 습관 갖도록 해야 합니다. 나쁜 마음 버려야 합니다. 좋은 마음 갖도록 해야 합니다. 나쁜 생각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좋은 생각 갖도록 해야 합니다. 선생님 눈을 피해 늦게 등교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부끄럽게 여겨야 합니다. 그걸 깨우쳐 주어야 합니다.

좋은 습관을 만들고 좋은 습관을 키우고 좋은 습관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학생 됩니다. 그래야 쓸모 있는 학생 됩니다. 그래야 인정받는 학생이 됩니다. 그래야 미래가 보입니다. 그래야 장래가 보입니다. 그래야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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