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연휴를 잘 보내고 있습니까? 아마 비가 와서 가장 최악의 날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오늘같이 비가 오는 궂은 날씨라도 어쩝니까? 환경이 그렇다고 지배당해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선생들은 아마 궂은 환경을 생각으로 지배하고, 마음으로 지배하고, 느낌으로 지배하고, 행동으로 지배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이 시간쯤이면 안 그래도 겨울이 점점 다가와 어둠이 짝 갈리고 조용한 시간인데 오늘은 특히 겨울을 재촉하는 비로 인해 더욱 어둠을 짙게 만드는 것 같고 마음도 어둠으로 깔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러한 서글픈 어둠을 이겨내고 마음에 깔리는 검은 어두움을 이겨내기 위해 메모를 해 봅니다.
저는 하루종일 선생님과 대화할 할 수 있는 시간은 저녁식사시간밖에 잘 없습니다. 근무시간에는 선생님들께서 교재연구 하시느라, 학생지도 하시느라, 문제출제 하느라, 수업하시느라 대화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근무시간에는 선생님들에게 아예 대화를 걸지 않습니다. 저가 대화를 건다는 자체가 바로 선생님들의 업무에 도움은커녕 방해만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중에 한 젊은 여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학교에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1학년 학생들에게 오후 7시 이후 방과활동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영어와 수학선생님께서 30여명의 학생들을 붙잡고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님의 과목은 수학이신데 수학의 기초를 가르치기 위해서 함께 식사하러 간 것입니다.
이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학생들의 수준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한심합니다. 평준화 이후 가장 낮은 하향평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울산에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1차 지원을 하여 떨어진 학생들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학생들의 수준이 이렇게 낮은 학생도 있다는 것을 듣고는 기가 막혔습니다.
30여명의 기초학습을 받는 학생들은 수학공식을 대부분 모른다고 합니다. 수학공식을 외우지 못한다고 합니다. 겨우 수학공식을 알고 있어도 대입을 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또 그 중의 한 학생은 구구단을 못 외운다고 합니다. 이러니 수학선생님이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어떤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수학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이런 학생들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왔으니 어찌 되겠습니까?
그래도 부모님들은 자기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도 못하고 수학성적 향상을 위해 학원에 보낸다고 하니 얼마나 기가 찹니까? 자기 자존심 다 내어버리고 초등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반에 가면 몰라도 이런 학생들이 대입수학반에 들어가서 수학을 듣고 있으니 어찌 됩니까? 보나마나 시간낭비 아닙니까? 공부하고는 더 멀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이런 학생들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희망을 실어줘야 합니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특별시간에, 다른 시간에도 그들을 안고 고민해야 합니다. 교재재구성을 통한 흥미를 유발해야 합니다. 밑바닥부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기본은 알도록 해야 합니다. 기초는 세워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좌절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더 큰 꿈과 비전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교생활이 즐겁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도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낄 것입니다. 그들도 생기가 돌 것입니다. 그들도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계속 공부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학생들의 대부분 특징은 앞으로 내가 무엇이 되어 보겠다. 앞으로 무엇을 해 보겠다고 하는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서 이런 학생들에 대한 진로지도가 잘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대학만 고집하도록 하면 안 됩니다. 자기의 숨은 자질을 발견하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의 특기, 적성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이 가진 능력이 있습니다. 자질이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뛰어남이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 계발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중의 학생 중에는 요리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해야 합니다. 일찍부터 요리학원에 다녀 요리기술을 배워 세계에서도 우수하고 뛰어난 요리사가 되도록 꿈을 키워줘야 합니다.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신바람 날 것 아닙니까?
미용기술도 좋습니다. 컴퓨터기술도 좋습니다. 제빵기술도 좋습니다. 미술학원도 좋습니다. 음악학원도 좋습니다. 자동차기술도 좋습니다. 간호학원도 좋습니다. 무슨 학원도 좋습니다.초등 수학반에 들어갈 학생들을 대입수학반 보내 시간만 낭비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가 잘하는 분야 무엇이든 좋습니다. 이것도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러면 그 분야에서 특출한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분야에서 뛰어난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특기,적성교육이 이래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