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만 빨리 출발하면…

2006.12.06 11:16:00

한적한 시골길 교통신호 잘 지켜야

국도, 왕복 4차선이다. 아침 출근길에 많은 차량들이 줄지어 질주한다. 이른 아침의 한적한 시골길 주변 자연의 모습은 한가롭다. 봄의 신록과 화사한 벚꽃 가로수, 여름의 녹음과 푸른 들녘, 가을의 단풍과 풍성한 과일, 겨울의 설경과 자연의 동면 등을 보고 느끼면서 출퇴근 운전을 할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출근 시간 달리는 차량의 바쁜 움직임과 자동차의 소음 외에는 무척 한가하다. 번번히 교차로나 횡단보도가 나타난다.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도 없고 진입할 차량도 없다. 정지해서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릴 필요성이 없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가급적이면 신호를 잘 지키는 편이다. 정지한다. 출근시간에 쫓기는 대부분의 차량들이 갓길을 통과해서 그냥 지나간다. 멈춰있는 나는 ‘내가 바보일까?’ 자문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인 것 같아진다. 그냥 출발하고 싶어진다.

만 13년 동안 운전을 한 친구가 있다. 물론 자가 승용차 운전이다. 비교적 차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규정속도에 가깝게 운전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그 동안 이동카메라에 19km 초과 속도로 1번, 눈 온 날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바뀐 신호를 보고도 뒤 따라오는 차량의 추돌이 염려되어 23km의 저속으로 교차로를 통과해서 1번, 모두 두 번 카메라에 찍혔다고 했다. 한번도 안 찍혔으면 좋았겠지만 그 정도는 대단히 우수한 운전습관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래서 인지 출퇴근 운전 중에 주변 산야의 풍경을 잠깐씩 스쳐 볼 여유도 있다고 했다.

신호등은 필요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 순간 그 신호등을 이용하는 사람이나 진입차량이 없으니까 신호를 무시하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사고는 순간적으로 발생한다. 예기치 못한 돌발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참으로 염려스럽다.

대부분 아침시간은 바쁘다. 원거리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더욱 바쁘다. 바쁜 마음에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신호를 위반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출근 시간을 꽤 줄이는 것이다. 5분~10분쯤 줄까? 그 준 시간만큼 집에서 늦게 출발해도 되니까 시간을 꽤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자세가 마침내 습관화가 되어 버린다. 바쁘지 않아도 그렇게 운전하게 되는 것이다. 운전석에만 앉으면 조급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빠른 차를 운전하기에 마음도 빨라지는 것일까!

5~10분 빨리 출발하면 어떨까? 사고 위험도 줄이고, 여유 있는 운전으로 마음도 편하고, 교통규칙을 잘 지켜 양심에 꺼리지도 않고, 주변의 경관을 잠깐잠깐 곁눈질도 하는 여유를 갖지 않겠는가! ‘5분 먼저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표어가 있다. 조급함 때문에 큰 불행을 자초하지 말아야겠다.

정지 신호 시에 멈춰 있어도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풍토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비정상이 정상보다 더 정상 같은 관행이 없어져야 아름답고 명랑하며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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