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수난을 어찌 하랴

2006.12.05 10:34:00

지난 달 21일 경기도 고양시 모 초등학교 교실에서 6학년 A군이 주먹으로 30대 초반의 여교사를 폭행했다고 해서 한바탕 난리가 나더니, 바로 뒤이어서 성남시 한 중학교 2층 복도 구석에서 2학년 A양이 훈계 지도하던 여교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어이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함께 아이들을 가르쳐 온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갈 데까지 가버린 우리의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교원들의 심정은 그저 참담할 뿐이다. 가르치는 아이들한테 맞고 또 학부모에게 맞는 교사들의 이 안타까운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쉽게 뭐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를 때리고,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손찌검을 하는 행위는 백 번 양보하여도 마음이 상하고 괴로울 뿐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사나워져 버린 것인가. 아니면 우리 학부모들이 그렇게 무서워져 버린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시원한 답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해 버린 교권 앞에 목 놓아 울 수밖에.

이 땅의 교권 추락을 애도하고 슬퍼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이토록 교육현장을 초토화시켜 버린 사람들이 원망스럽다. 그리고 또한 화가 난다. 그 동안 정부에서 내 건 교육정책이 무엇이었든가. 줄곧 교원 개혁에 목을 매고 교사들을 다그치고 백주 대로에 끌어내어 이 세상에서 가장 못된 사람들인 양 두들겨 패댔으니 그 어느 곳에 존경과 권위가 남아 있겠는가. 교사들은 촌지나 받아먹는 사람으로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온갖 불미스런 일은 교원들이 다 하고 있는 양 떠들어 댔으니 어느 학생이 또는 어느 학부모가 교사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존경심을 가지고 있겠는가.

참여 정부에서는 교육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 교원 정책에 매달리다가 이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교원평가만 해도 그렇다. 교원평가를 통해서 이 나라의 교육 수준을 어떻게 높이겠다는 비전 제시에 앞서, 교원들의 부정적 측면을 여론에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국민 여론을 근거삼아 몰아붙이려 하지 않았는가. 그 동안 언론과 합작한 교사 때리기에 얼마나 열중하였는가만 보아도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있다.

사실 우리도 참여 정부의 치킨게임(한밤중에 도로의 양끝에서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독선과 오만으로 일관한)을 보면서 많은 실망을 하고 있다. 교육부 장관과 임기를 함께 하겠다던 참여 정부는 여섯 번이나 장관을 바꾸면서 한 일이 무엇인가. 최근 정부 여당과 대통령의 권력 게임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든다. 권위를 잃어버린 그들이라 서로 적당히 무시하면서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권위에 대한 무시가 바로 폭력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공멸의 수렁에 빠지게 할 것이다.

권위의 상실은 결국 그 사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다. 학교 현장에 엄존해야 할 권위는 정부와 언론이 합작하여 깎아내렸다. 그래서 망가지고 구겨진 권위는 누구도 보호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함께 짓뭉개버린다. DJ 정부 시절 이 아무개 장관 때부터 퍼부었던 그 매질이 교권 상실을 부추겼고, 마침내는 학생에 의한 교사 폭력, 학부모에 의한 교사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교원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딘가에 매끄럽지 못한 무엇이 있었을 것이라는 반성도 해 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천만 번 양보를 한다한들, 교사를 때리는 학생들 앞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를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무너져 버린 교권의 참담한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피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큰 상처로 남을 것을 생각하면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교사를 감싸고 싶지는 않다. 또한 그들도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잘못은 있을 수 있다고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교사는 교사에 상응하는 양심과 의무, 그리고 도덕적 권위 또한 스스로 지켜야 할 엄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다. 행여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을 우리들 스스로 경시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교사 수난의 이 현실을 가만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이런 교권 침해의 당돌한 행위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정부차원의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제까지 함구하고 지켜 볼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교사의 어깨를 짓누르는 편의적 발상을 접고 교사의 사기 진작을 통하여 가르치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하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또한 교사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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