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2006.12.06 08:50:00


오늘, 교육이 망가진 모습을 보았다. 마음이 쓰리다. 잘못된 교육제도와 학교 교육 부실이 만든 합작품이다. 이것을 어찌할 것인가?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결단코 아닌 것이다.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요즘 중학교는 대부분 기말고사 시험기간이다. 우리 학교도 오늘부터 시험이 시작되었는데 3학년 답안지를 본 순간, 리포터의 혀를 끌끌 차고 말았다. 정답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2번에 마킹한 답안지를 본 것이다.[사진 참조]

감독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답안지를 대강 조사하니 한 반에 몇 명씩 나온다고 답한다. 어떤 학생은 0점 맞기로 작정했는지 '모두 정답' 표시로 객관식 모든 문항을 마킹하여 감독교사로부터 꾸중을 듣고 재작성했다는 말도 들었다.

이렇게 엉터리로, 장난으로 답안지를 작성한 학생은 누구일까? 그들은 실업계 고교에 이미 합격하여 중학교 생활에서 더 이상 목표를 잃고 하루하루 억지로 등교하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15분 지각하는 학생, 무려 40분 지각하는 학생들도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학교생활의 의미를 잃은 듯하다. 시험 시작 후 5분만에 문제 다 풀고...푼 것이 아니라 엉터리로 표시하고 그냥 엎드려 잔다. 평소 공부 시간에도 교사의 통제를 벗어난지 이미 오래다. "실업계 고교에 합격했으니 더 이상 공부로 괴롭히지 말라"고 항변을 하니 무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게 오늘날 중간고사와 고입 실업계 전형을 끝낸 중학교 모습이다. 고등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능 이후 교육 프로그램 미흡으로 교육의 설 자리가 없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상급학교 진학이 결정되었다고 학교교육이 다 끝난 것은 아닌데 학생들은 더 이상 공부를 하려 들지 않는다.

올바른 정신교육이 필요하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지도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인생을 성실하게 사는 것임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중학교 졸업과 고교 입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학교와 가정에서 반드시 지도해야 하는 것이다.

내일 아침이면 감독교사들 유의사항이 추가될 것이다. "엉터리로 답안지 작성하는 학생들 잡아내어 올바르게 시험에 임하도록 지도할 것", "감독교사 확인 도장 찍을 때, 답안지 마킹 제대로 확인할 것" , "엎드려서 자는 학생 없게 하고 최선을 다해 시험에 임하도록 사전 지도 철저히 할 것" 등.

슬픈 교육현실, 우리 스스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교직의 길이 힘들고 어려워도, 그 길이 고난의 길이라지만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오늘 우리가 가르치는 그들이 우리의 미래이고 우리 교육자는 그들의 미래를 밝게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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