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따뜻하십니까?
12월 9일(토)에 한양 광화문에 다녀왔습니다. 공무원에 임용되고 집회에 참여하기는 처음입니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개악공작 전국 규탄대회를 다녀왔습니다. 대전광역시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다녀왔는데 전국에서 약 1만여 명이 구름처럼 몰려왔더군요. 대학생 때는 사회의 올바르지 않은 것에 항의하고자 자주 집회에 참여하고 의견표출을 하기도 했었는데 공무원이 되고 나서는 법적 규제와 내재적 한계로 인하여 그러지 못하였는데 그것을 깨는 계기를 바로 임용권자인 이 국가가 마련해 준 것입니다.
박봉에 시달리며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 하나만을 우직하게 바라보며 머슴처럼 일만해온 바보 같은 공무원들을 우롱하고 있는 이 정부를 성토하는 자리였습니다. 울분을 토하다 못해 참석한 모 공무원은 “이제 노무현 정권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탄식을 하더군요. 가장 눈에 들어노는 문구는 "연금을 바꾸면 대통령도 바꾼다." 였습니다.
이 대회에는 전. 현직 공무원과 그 단체, 교원단체, 재향군인회 등이 모두 망라되어 공무원 연기금 고갈의 주범인 기금 운용자와 그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격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일하라면 하라는 대로, IMF로 인하여 임금을 삭감하면 하는 대로, 구조조정이라는 칼날 때문에 자르면 자르는 대로 순진하게 일만한 공무원들이 모였었습니다.
정부는 연기금 고갈의 문제를 일 안하고 머릿수만 많은 공무원들 탓으로만 매도하는 비열한 언론플레이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고갈된 기금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보충해야 하니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선동질을 합니다. 거기에 보수언론을 비롯한 대다수 언론이 같이 장단 맞춰 춤을 춥니다. 이제 파국으로 내리닫는 이 정권(정부라 부르기도 싫습니다. 정권은 정부를 폄하하거나 정통성을 부인하는 표현입니다.)이 국민과 공무원 양 집단을 싸움질 시켜 失政을 호도하려 한다는 그럴듯한 얘기도 나옵니다.
제가 생각해 봐도 이것은 아닙니다. 국가가 공무원을 임용하면서 박봉에 대한 보상으로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약속입니다. 그 약속을 믿고 서로 간에 계약을 한 후 우리는 이렇게 임용되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 해온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는 그 金石盟約을 헌신짝처럼 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단지 연금이라는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에 대해 국민이 정책 신뢰를 하지 않는 것은 국가붕괴입니다. 비록 연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하여 차가운 한양 광화문 앞에 그 보수적이고 안정적이라는 공무원을 모이게 할 정도의 정책이라면 이것은 이 나라 권력의 심각한 붕괴를 보여주는 시금석입니다.
맹자님이 얘기하시길, 苛政猛於虎(가정맹어호) 즉,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보수적인 공무원들의 마른 가슴에 불을 지른 이 노무현 정권은 힘들 것입니다. 비록 연금이라는 문제 하나만으로 공무원들에게 분노를 일으켰지만 저 마른 들판에 작은 불씨 하나가 온 들판을 불사른다고 합니다.
대통령님!
따뜻하십니까? 저는 한양 광화문에 다녀왔는데 지금도 너무 춥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