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준 문화적 충격

2007.01.08 16:07:00


필리핀 바기오에 살고 있는 지인을 통해 우리 네 식구가 앞으로 살 집을 마련했다. 그 집에 한국에서 가지고 온 얼마 되지 않는 살림살이를 풀어 정리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한국과 이곳은 시차가 1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기후 또한 한국 사람이 적응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가끔 당하는 문화적 충격은 이곳에 대해 사전에 많은 정보를 알지 못하고 온 우리 가족을 당황하게 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밤.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던 막내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아빠, 천장을 보세요. 도마뱀이에요."

막내 녀석이 가리키는 쪽으로 쳐다보자, 정말 도마뱀 여러 마리가 천장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다.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우선 한국에서 가지고 온 모기약으로 도마뱀을 잡으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도마뱀들은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이리저리 달아났다. 할 수 없이 긴 막대기로 도마뱀을 잡기도 하였고 밖으로 쫓아내기도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이웃 주민에게 이야기를 하자 이웃 주민은 경색을 표하며 이야기하였다. 이웃주민의 말에 의하면 이곳 바기오에서 도마뱀은 해충을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집안에 복을 가져다주는 동물이라고 하였다.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어젯밤 나의 행동이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욕실에서 머리를 감던 딸이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머리에 거품이 묻은 채로 거실로 뛰쳐나온 것이었다. 순간 딸의 모습이 어찌나 우스운지 우리 가족은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이곳에 와 이렇게 크게 웃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딸은 눈이 따갑다며 계속해서 헹굴 물을 줄 것을 요구하였다.

딸의 성화에 아내와 나는 집안에 있는 모든 수도꼭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물을 틀어보았으나 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마른 수건으로 딸의 머리를 닦아주며 위기를 모면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 바기오는 고산지대라 물이 격일제로 나온다고 하였다. 따라서 집집마다 큰 물탱크 하나 정도는 기본으로 비치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가구마다 높이 세워져 있는 것들이 물탱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일 우리 가족은 어떤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가끔 이 문화적 충격이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는 사실이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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