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고등학생들의 선택과목군과 필수과목수를 늘리는 개정안이 공청회를 통해 알려졌다. 핵심인 즉은 기존의 내신 성적의 주요 평가 대상인 필수과목의 수를 늘려 놓았고, 여기에 다수 예체능 과목들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대다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이 입시위주의 과목들로 짜여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목들의 시간수가 절대적으로 많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입시에 빠져 있는 과목들은 대다수 학교에서 교사수급이나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택해 오거나 혹은 저학년 위주로 편성되어 왔다.
선생님, 내신 때문에 걱정되어 죽겠어요!
이런 교육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은 최대한 입시와 관련된 과목들에 치중을 하게 되고, 교사들도 거기에 맞추어 입시와 내신 준비에 학생들이 힘쓰도록 하고 있다. 이는 비단 전인교육이나 인성교육상에 여러 가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현재의 입시제도와 교육과정하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진다.
겨울방학 보충수업이 끝나가는 날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인근 도시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본교와 같은 시골의 조그마한 인문계 학교로 진학을 결정한 한 아이가 있었다. 나름대로는 1학년초부터 내신 관리에서부터 수능에 이르기까지 새심하게 준비하는 아이였다.
수업을 다 마치고 아이가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교무실로 찾아 온 것이었다. 보충수업을 다 마친 뒤라 대부분의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고, 몇몇 아이들과 선생님들만이 학교를 지키고 있었다.
“선생님 어떡하죠!”
“왜, 무슨 일 있나?”
“그에 아니고요,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선배님들 보니까 내신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더라구요.”
“그렇지 올해 3학년들은 몇몇 상위권 아이들이 서로 열심히 경쟁을 하는 바람에 특정 아이가 모든 과목을 석권하지 못했어. 물론 서로 경쟁하면서 실력을 키우기는 하지만, 그러는 바람에 지역할당제의 이점도 살리지 못했지.”
“선생님, 그것 때문에 저도 고민이 많아요. 저번 학기 기말고사 때 ○○을 5등급을 받았거든요.”
“공부를 하지 않았니?”
“그건 아니고요, 시험을 잘 보았는데, 수행평가를 보지 못했어요 제가 음치거든요…”
“이런, 노력해도 되지 않는 부분이구나. 근데 너무 걱정하지 말고, 2학년 올라가서 확실하게 만회해 보도록 해. 늦지 않을거야.”
아이는 그제서야 조금은 안심이 되는지 자율학습을 하러 교실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어느 과목이든 중요하지 않은 과목이 있겠냐만은?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교육개정안을 보면 필수과목의 수를 늘리는데, 여기에 예체능 과목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학생들이 이수토록 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물론 어떤 과목인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겠냐 만은 꼭 이렇게 성적과 직결되도록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현재 대다수의 고등학교에서는 예체능 과목들은 선택을 하지 않거나 혹은 저학년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이는 입시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과 아울러 교사수급 문제등으로 인한 편성방법이다. 따라서 어떤 학교에는 심지어 음악이나 미술 선생님이 아예 없는 학교들도 허다한 실정이다.
이런 점들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많은 불만들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공부 이외에는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여러 가지 음악이나 미술 활동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실의 어려움으로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작 교육재정에 조금은 무리가 있더라도 일선 학교에 예체능 선생님들은 배치해서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당위적인 면에 대해서는 어떤 학부모나 선생님, 우리 아이들이 반대할 아무런 이유를 찾기 힘들 것이다.
꼭 성적으로 줄을 세워야 합니까?
문제는 이런 측면은 도외시한 채 무조건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서 우리 아이들이 이전보다 학습에 부담을 많이 받게 된다는 점에 있다. 이미 다수의 언론에 통해 우리 아이들이 늘어나는 필수과목으로 학습에 더 많은 부담을 안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학부모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이 문제는 필수과목 지정도 문제인지만, 내신과 직결되고 더 나아가 이전에 준비하지 않았던 과목도 이제는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다는 데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능과 내신, 거기에다 논술까지 준비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큰 짐이 될 것은 분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수능 위주의 과목만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분명 우리 아이들이 여러 가지 인성이나 문화적인 면에서 한 쪽 면으로 치우칠 수 있을 것이다. 예체능 과목도 분명 우리 아이들이 이수하면 실보다는 덕이 많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필수과목 지정 이전에 이런 과목들의 이수 당위성을 꼭 성적과 직결시키지 말고 단지 이수여부, 혹은 그것도 부족하면 우리 아이들이 이런 과목들을 이수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해결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즉 성적으로 줄을 세우기 보다는 이수 여부만을 고려하거나 혹은 이수에 따른 약간은 내신 인센티브를 고려하면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교사수급이나 일선 학교 현장의 여러 가지가 분명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결정이 조금은 성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좀더 학부모나 우리 아이들이 처해 있는 환경과 학교 상황을 고려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