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8시 55분경, 하루의 일을 대충 정리하고 9시 뉴스를 보려고 쇼파에 앉았다. 느닷없이 쇼파가 흔들거린다. 그렇게 심하다기 보다는 좀 부드럽게 흔들린다는 느낌이었는데 혹 지진이 아닐까 하는 의심만 받았지 그게 지진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진이 일어난 것 같다고 했지만 가족들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너무 민감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며 평소처럼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뉴스 도중에 방금 들어온 소식이라며 진도 4.8의 강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전한다. 한반도에서 관측한 이래 8번째로 큰지진이며 금번의 진앙지는 강원도 평창이라고 했다. 이다지도 큰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이 놀랍고 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우리 가족들이 놀랍기도 하다.
21일 9시뉴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지진이 감지되었고 곳곳의 사람들이 놀랐다는 것을 인터뷰와 실황사진으로 소개를 해주고 있다. 어느 편의점에서는 물건을 사던 손님들이 황급히 밖으로 대피하는 광경도 보여주었고 아무개는 침대가 흔들리는 바람에 자다가 깨었다고 했다. 누가 침대를 흔들어 깨우는 줄 알았단다. 그러고 보니 세 부류가 있다. 무반응, 소극적 반응, 적극적 반응이다.
세상은 그래서 평온한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적극적인 반응으로 놀라서 튀쳐 나왔다면 한동한 큰 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혁신도 그런 것이 아닌가. 혁신의 진앙지에서 대규모의 지진과 같은 부르짖음이 있다고 할 때, 그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부류, 막연히 느끼는 부류, 즉각 반응하는 부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혁신도 모두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얼핏 좋을 것 같아 보이지만 그로 인한 혼란도 간과할 수 없으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모두가 조화를 이루며 혁신도 그렇게 서두르지 말고 가야하는 과제라는 것을 금번 지진을 통해서 투영해보는 것은 그렇게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