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꽃다운 연예인이 목숨을 버렸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연예인들의 자살이 비단 그들 자신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그 문제의 심각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특히 일선 학교 현장에 있다 보면, 그런 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보충 수업을 하느라 지쳐 있는 아이들에게 가끔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주의를 환기시켜 주곤 한다. 겨울방학이라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이렇게 학교에 나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정작 해 줄 수 있는 휴식이란 잠시만이라도 공부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 ○○가 자살한 것 아십니까?
아이들은 가끔 나를 세상을 문을 닫고 사는 그런 이로 취급할 때가 많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나에게서 얻는 뭔가 모를 지적 승리감에 스스로를 도취시키거나 혹은 뭔가 모를 세대차의 우월감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아이들이 즐거울 수 있다면 기꺼이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어 주곤 한다.
“아이, 선생님도 댄스 가수 유니가 자살한 것 아세요?”
“무슨 소리야, 누구 자살을 해?”
“선생님도, 유니 있잖아요…”
“아, 이쁘고 노래 잘하는 그 댄스 가수 말이냐!”
“예, 어제 갑작스럽게 자살을 했대요.”
전날 밤 저녁 늦게 인터넷을 보면서 유니라는 가수가 갑작스럽게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조금은 놀라우 하기도 하며, 한편으론 안타까워 하는 마음들을 드러냈다.
불과 몇 년전에 나는 이미 그 가수가 탤런트로 활동할 때부터 조금은 알고 있었던 터라 새삼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자살을 했다는 소식에는 안타깝고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아직은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기에 그렇게 세상과 빨리 등을 져야 했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선생님 요즈음 들어 연예인들이 심심치 않게 자살을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놈아 내가 연예인들 파파라치도 아니고, 어떻게 그걸 알겠니. 다만 그렇게 어린 나이에 자살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안타깝고 서글프다.”
“항간에서는 인터넷에서의 악플 때문이라고 하던데…”
“맞아, 악플 때문에 아마 마음이 몹시 상해 그랬다고 하데.”
“단지 악플 때문에 그랬겠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지 않겠어.”
“자살의 원인이 무엇이든 너희들도 인터넷상에서 남을 함부로 비방하거나 욕설하는 일은 하지 마라.”
연예인들의 자살, 우리 아이들과는 무관할까?
문득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와 아이들과 한 이야기들을 떠 올려 보았다. 다들 연예인이라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이 대다수다. 그런 상황에 연예인들의 말과 행동은 우리 아이들에게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다. 그런 시점에 최근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 소식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자못 우려의 마음마저 들게 한다.
특히나 요즈음 같이 10대 연예인들이 인기의 상종가를 치고 있는 마당에 그들의 언행은 곧 우리 아이들의 눈과 입으로 곧바로 전달된다. 혹시나 그런 연예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입시에 힘들어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곧바로 전달될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가끔 아이들로부터 지나는 말로 ‘정말 살기 싫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시험, 친구들과의 문제 혹혹 등등의 여러 문제로 자신의 현재 상황을 비관하고 나무라는 경우를 허다하게 접한다. 물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소리이겠지만, 최근 들어 젊은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과 연관시켜 본다면 그런 말들이 장난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인성교육과 더불어 미디어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다!
입시위주의 억압된 교육상황에서 날로 피폐해져가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내내 마음이 무겁다. 물론 현재의 상황만 비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교사로서 당장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덜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만 더해간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극단적인 상황과 환경이 결국 극단적인 행동을 자행하게 만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점들을 유추해서 본다면 우리 학교의 교육현실도 자못 그런 극단적인 상황과 환경으로만 자꾸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인간적 유대가 사라져가고 있는 입시위주의 강박적인 환경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치명적인 정신적, 육체적 위해를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현장에서는 다들 인성교육을 한다면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인성교육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일회성 구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많은 아이들이 인터넷과 TV 등에 파묻혀 살고 있지만, 정작 그런 매체에 대한 교육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단순히 그냥 ‘하지 마라, 보지 마라’식의 구호만 무성할 뿐이다.
이제 그런 구호만 무성한 인성교육, 미디어 교육에 다들 관심을 가질 때이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미리부터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방교육이라도 학교나 가정에서 이루어져 할 것이다.
교육당국도 일부 학부모나 정치인들의 의견을 쫓아 일회성 인기 영합의 교육정책개발에만 골몰하지 말고, 정작 우리 아이들과 교사들이 즐겁게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는 그런 환경 기반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