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및 호주 기행 ①] 적도를 넘어 남태평양으로
▲ 호수 뒤에 보이는 산이 바로 남알프스의 최고봉이자 만년설로 뒤덮힌 마운트 쿡입니다.
ⓒ 김형태
1월 13일부터 22일까지 뉴질랜드 및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뉴질랜드는 태고의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한 나라로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양과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남알프스로 불린다는 산악지대인 서부지역에는 만년설과 함께 아름다운 호수들이 찾는 이의 눈길과 발길과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었다.
▲ 한여름인데도 만년설답게 높은 산에는 눈이 덮여 있습니다. 산 아래로는 눈 녹은 깨끗한 물이 흐르고 그 청정한 물을 받아먹으며 들꽃들은 아름답게 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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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이런 물빛이 또 있을까요? 아름다운 옥빛 호수에 그만 마음이 풍덩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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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호주는 해안을 끼고 도시들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도시는 시드니(Sydney)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중심으로 세계 3대 미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참으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항구도시였다.
남태평양의 거대한 물줄기가 시드니 항만으로 굽이치는 절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갭팍(Gap Park)과 천혜의 해변, 본다이 비치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아로새겨질 것이다.
▲ 원주민들의 슬픈 전설을 담고 서 있는 세자매 봉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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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두 아들에게 견문을 넓혀주자는 차원에서 유럽지역으로 여행을 가고자 하였으나, 유럽이 겨울철에는 춥고 낮이 짧아 여행하기가 좋지 않다는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남반구로 행선지를 바꾼 것이다.
나에게는 동남아 여행(93년에 우수교사로 선발되어 태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돌아봄)과 중국-백두산 기행(2004년 부부동반으로 중국 북경과 연변지역, 백두산을 여행함)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해외여행인 셈이다. 그러나 가족동반(아내와 두 아들 영찬(12살) 영빈(10살))으로 해외여행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해외여행을 가고자 정확히 7년 동안 한 달에 12만원씩 꼬박꼬박 적금을 부었다. 그러나 둘째아이가 아직 어리다는 판단에서 2년 정도 미루다가 이번에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번에 나는 유럽 여행이 어렵다면 배낭여행 전문가 최린님을 따라 인도여행을 하고 싶었으나 아내가 여행 기간이 너무 길고(23일간) 배낭여행 하기에는 아이들이 어리다고 하여, 인도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결국 이번 우리 가족 최종 여행지로 뉴질랜드와 호주를 선택하였다.
3년 전, 중국 여행 시 지명도가 떨어지는 여행사를 통해 갔다가 바가지를 씌우는 등 좋지 않은 쇼핑 경험이 있었던 터라, 아내가 이번에는 큰 맘먹고 가는 여행인데, 기분 좋게 다녀오자며 국내 여행사 1위업체인 H투어의 문을 두드렸다. 문화관광부가 우수여행상품으로 품질을 인증한 상품이라며 '優(우)'라는 마크까지 찍혀 있어 더욱 믿음이 갔다.
직접 여행사에 가서 일정을 알아보고 설명을 듣고 준비물을 챙기는 것은 주로 아내가 맡았고, 나는 대신 뉴질랜드와 호주 관련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뒤지고 안내 책자를 구해 읽어 내려가며 유인물로 정리하기에 바빴다. 여행이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기 때문이다.
출국일이 다가오자, 모처럼 만의 가족여행이고, 또한 적도를 넘어 날씨와 자연환경 등 참으로 많은 것이 우리나라와 다른 남태평양의 뉴질랜드와 호주로 간다고 생각하니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듯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였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여행용 큰 가방을 꺼내놓고, 네 식구가 열흘 동안 지내는데 필요한 이런저런 준비물을 챙기느라 몸살이 날 정도다. 아내는 둘째 녀석이 입이 짧아 먹는 것 때문에 고생할까 봐 포장된 김과 튜브로 된 고추장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있었다. 한국 여성의 모성애를 누가 당할까? 항상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가장 염려되는 것이 기상 상태였다.
"호주는 30도가 넘게 덥고 뉴질랜드 남섬은 비가 올 경우 영하에 가까울 정도로 춥다는데 옷을 어떻게 하지요?"
"어떻게 하기는, 경우에 따라 하루에 사계절이 다 있는 나라라니까 사계절용 옷을 준비해야겠네, 뭐."
아내의 큰 걱정에 나는 웃음경삼아 이야기하였다.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이번 여행의 인솔자 신은식님을 만나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환전소에 가서 뉴질랜드와 호주 달러로 필요한 만큼 환전을 하였다(호텔이나 대형 상점에서는 US달러를 받지만 작은 점포에서는 받지 않으므로 현지 돈으로 환전을 해야 함). 이어 출국수속을 밟은 후 시간이 남아 면세점을 둘러보았는데, 술 종류를 빼놓고는 그렇게 크게 저렴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 비행기를 탄다고 좋아하는 아이들, 동심은 늘 설레고 새롭습니다.
ⓒ 김형태
밤 11시, 드디어 우리를 태운 비행기(KE6825)가 굉음을 내며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받는 느낌이지만, 이렇게 큰 비행기가 가뿐하게 하늘을 날아오른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어른인 나도 이러한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둘째 아이의 경우, 그 신기함은 얼마나 큰 놀라움으로 다가올까? 눈을 똥그랗게 뜨고 비행기 내부를 샅샅이 살펴볼 뿐만 아니라 궁금한 내용을 엄마에게 쏟아놓느라 입술이 바쁘게 움직인다. 정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더 특별하고 더 신기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비행기가 한 번도 쉬지 않고 12시간을 비행한다는 사실도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나 놀랍고 신기한 일인가?
그러나 동시에 솔직히 불안감도 떨치기 어려웠다.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릴 때마다 여기저기서 안전운행을 비는 기도가 터져 나왔다. 나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즐겁고 유익한 여행이 되게 해달라고 마음속 깊이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혹시 창을 통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날씨도 흐리고 한밤중이라서 보이는 것이 거의 없어 못내 아쉬웠다.
▲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둘째는 모든 것이 신기한 지 자꾸만 엄마에게 이것저것 묻습니다.
ⓒ 김형태
기내 승객들 중에는 바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더러는 음악을 감상하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륙한 후 2시간쯤 지나자 기내식이 나왔는데, 한식으로 비빔밥이, 양식으로 쇠고기 요리가 나왔다.
우리 가족은 한식 둘, 양식 둘을 시켜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비행기 안에서 비빔밥을 먹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누구의 착상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진 햇반에 채소와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먹는 이 한국의 맛에 외국인들도 빠져들고 있었다. 곁들여 나온 미역국 또한 시원하고 개운하기 그지없었다.
뉴질랜드까지 가는 동안 기내식이 두 번(석식, 조식) 나왔다. 확실히 우리나라 항공사를 이용하니 편리한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우리말 우선 정책이 마음에 들었다. 안내방송도 한국어로 먼저 한 다음에 영어 방송이 뒤따랐다. 음악채널도 우리나라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며, 틀어주는 영상물 상영 또한 우리말 소리에 영어 자막 처리였다. 승무원들 또한 거의 한국인이라 마치 국내 여행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편안함을 안겨 주었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나이 든 사람들도 많이 보이는 데 비해 국내 항공사의 승무원들은 하나같이 젊고 용모가 단아해 보였다. 거기에 밝은 표정과 친절한 서비스까지 더해지니, 가만히 앉아서 융숭한 대접만 받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조금 열려 있는 커튼 사이로 얼핏 보니, 승무원들이 승객들이 먹고 마신 음식물들을 치우고 나서, 정작 자신들은 앉지도 못하고 선 채로 대충 식사를 하고 있었다. 멋지고 화려하게 보이는 승무원들의 고달픈 그림자를 본 것 같아 마음이 안쓰러웠다.
가도 가도 끝이 없으니 아내는 다소 지루했던 모양인데, 나와 큰 아이는 준비해간 안내 책자와 기내에서 빌려주는 뉴질랜드 관련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지루함이 적었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적도를 넘어 남태평양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보는 뉴질랜드의 도시의 모습은 마치 초록색과 붉은색 실을 엮어 모자이크를 한 한 폭의 작품처럼 보였다. 초록의 수목과 주택의 붉은 지붕이 서로 깍지 낀 풍경으로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뉴질랜드의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우리나라 시각으로 오전 10시 40분에 도착했다. 현지시각은 오후 2시 40분이란다. 우리나라보다 시차가 3시간 빠른데, 지금은 여름철이라 서머타임을 적용하기 때문에 1시간 더 빨라 총 4시간 차이가 난단다.
* 여행준비물 체크리스트
여권/비자 : 해외여행의 필수품, 분실의 사고를 대비하여 사진이 있는 1쪽은 복사하여 여권과 다른 곳에 보관한다.
항공권 : 출국, 귀국 날짜, 여정,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분실 사고를 대비하여 복사하여 보관하면 좋다
환전 : 뉴질랜드와 호주의 경우 호텔이나 큰 상점은 US달러를 받지만 작은 점포는 받지 않는 곳이 많으므로, 팁,쇼핑, 선택관광, 기타 개인적인 경비 지불을 위해 적당한 선에서 현지 돈으로 환전한다. 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신용카드도 1장 정도 준비한다.
가방 고르기 : 하드케이스와 같은 딱딱한 가방이 좋다. 공항에서 선적할 때나 여행 도중 외부 충격으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난 방지를 위해 잠금장치가 있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큰 가방과 분리하여 휴대할 수 있는 작은 가방도 있으면 편리하다.
의류 챙기기 : 국가별로 또는 한 나라에서도 다양한 기후가 있으므로 일단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의 '기후표'를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일교차의 변화를 대비하여 더운 지역에 가더라도 긴팔옷을 챙기는 등의 대비는 필요하다. 그러나 여행일수를 고려하여 적절한 옷을 준비토록 한다. 속옷과 양말도 일수에 맞게 준비한다. 또한 기후에 따라 수영복, 우산,모자, 운동화, 샌들 등을 준비한다.
간단한 세면도구 : 호텔에 따라 준비해 두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호텔에서는 치약, 칫솔, 면도기 등을 따로 준비하지 않으므로 따로 준비해 간다. 비누와 샴푸 등은 준비되어 있다.
필름과 건전지 : 여행시 대부분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찍기에 열중한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또한 비디오나 MD도 많이 사용한다. 이때 알아야 할 것은 필름과 건전지는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담아야 할 영상의 양을 생각하여 충분히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상비약 준비 : 평소에 복용하는 약은 그대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 다음과 같은 비상약을 준비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예) 지사제, 소화제, 신경안정제, 진통제, 멀미약, 감기약, 피로회복제, 1회용 밴드 등
기타 체크사항 : 메모 도구, 소형계산기, 자외선 차단 크림, 화장품, 생리용품, 비닐봉투, 물통, 손톱깍이, 다용도 칼, 알람손목시계, 다른 나라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은 포장된 김과 튜브로 된 고추장도 준비하면 좋다. (* 2회에서 계속됩니다.)
* 이번 여행기사는 약 10회~12회 정도 될 듯합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취재하고 공부한 것을 나름대로 기행기사로 엮어보겠습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나 이쪽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