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

2007.01.27 09:00:00

 그리 오래 전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고 보니 80년대라고 해도 좋다. 학부모님이 교실에 오면 여자어린이에게 아래와 같은 칭찬말을 푸짐하게 전해주기도 했다.

“정아(가명)는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보름달처럼 예쁘게 생겼네요.”
“아유, 선생님 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실제로 학부모에게 전해주는 칭찬말이었고 학부모님도 흐뭇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것도 아닌데 요새 보름달처럼 생겼다고 말했다가는 뺨맞기 십상이다. 아닌게아니라 그때는 얼굴이 둥글넓적하고 살집도 있고 후하게 생겼으면 상당히 미적인 호감을 가졌다. 반대로 요새 인기짱이라는 조막만한 얼굴은 고민대상이었다.

당시에는 키가 큰 어린이들이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다. 선망은커녕 멀대처럼 키가 크다고 놀림을 받곤 했었다. 너무 키가 커서 작게 보이려고 구부리고 다니는 어른도 봤다. 또 어떤 키큰 청년들은 키 크지 말라고 궁여지책으로 역기를 들기도 했다. 키 큰 것이 전혀 달갑지 않은 세월이 불과 코앞의 옛날이었는데, 요새는 180도 달라졌으니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이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초등학교 다녔을 적에는 대머리와 배나온 남자들이 존경의 대상이었다. 이것은 분명히 헛소리가 아니다. 대머리는 학식이 뛰어나고 박식한 사람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었고, 배나온 남자는 돈많이 벌어서 성공한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돈 많이 벌어서 기름진 음식을 먹었으니 배가 나오는 것이고 나도 돈벌어서 기름진 음식을 먹고 배 좀 나왔으면 하는 것이 당시 남자들의 소망이었다. 실제로 돈 많이 벌었다는 소수의 사람들은 자랑스럽게 똥배를 내밀고 다녔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당시에는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는 판인데, 돈많이 벌어 얼마나 잘먹었으면 똥배가 나오고 그러니까 부의 상징이었고 충분히 존경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논리로 공부 많이 하다 보니까 머릿속에 학식과 지식이 무지하게 쌓이다 보니 이에 대한 확실한 징표로 머리카락은 축복을 받으며 빠져나가 바람에 날라갔다고 인식을 하였다. 실제로 흑백 TV를 통해서 대머리 학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대머리는 박식함을 상징적으로 일러주었다. 그러니 좁은 이마를 가진 남자들은 상당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거울을 보면서 족집게롤 이마를 점령한 머리올을 강제로 빼버리곤 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아픔과 시련을 딛고 상당히 박식한 사람이 되어 문을 박차고 나갔던 적이 그리 오래전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르면 모르지만 당시에 머리카락을 강제로 뽑았던 남자들은 지금에 와서는 후회막급할 것이다.

 당시에 벽보에 붙어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깡마른 사진을 보면서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저 양반은 학식도 뛰어나고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왜 저렇게 말랐는지 몰라”
“글세 말여, 전혀 배도 안나오고 이마도 안벗겨졌네그려”

 요새 (미녀는 괴로워) 영화가 인기란다.  미녀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 미녀는 성형외과 의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미에 대한 집착으로 성형에 인생을 걸다가 선풍기아줌마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미녀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  미녀는 만드는 것이 아니다. 원래 모두가 다 미인이다. 세상에 미인 아닌 여자가 어디에 있는가. 알고보면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려서 이세상에 태어났다. 그게 하나님의 축복이고 섭리렸다.

 사람들은 그 축복을 저버리고 어떤 기준을 향해 돌진하는, 그런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 못내 씁쓸하다.  그러니 미녀는 괴로울 수 밖에 없다. 괴로운 미녀를 택할 것인지 행복한 미녀아닌 사람을 택할 것인지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은가.
최옥환 안양삼성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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