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꿔준 사람들의 이야기 <마이 히어로>

2007.01.29 08:40:00


"가장 축복받은 나라는 영웅이 필요하지 않은 나라다."

독일의 문호 괴테의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영웅을 갈망하고 있다. 누군가가 특별한 인물이 나타나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단숨에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영웅은 시대가 만들지 그 사람이 만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웅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의미가 퇴색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누구나 영웅을 원한다. 아니 영웅을 필요로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 영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영웅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각자 다른 해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나라를 구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부모형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영웅들의 영웅이야기를 한 책이 있다. <마이 히어로>다. 이 책에는 24명의 스포츠 영웅, 전쟁 영웅, 노벨상 사상자, 예술가, 과학자, 그리고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남편과 형제, 일찍 세상을 떠난 아들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책에서 말한 영웅들이 전해주는 자신들의 영웅 중엔 위대한 업적을 남기거나 세상에 특별히 알려진 인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남은 자들에게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마음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 몇 몇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나에게 있어 영웅은 아버지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아버지 읠리엄 워렌 브래들리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 알지 못했다. 아들인 나조차도 스무 살이 넘도록 아버지의 진면목을 보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미 NBA 농구선수로 활동했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으며 상원의원을 3번이나 지낸 빌 브래들리의 말이다. 그에게 아버진 사람들에게 겸손하고 자애로웠으며 자신에겐 다정다감한 후원자였다.

시골 도시의 작은 은행원이었던 아버지. 그 아버진 자신에게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언제나 아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강한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단다"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걸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마흔쯤에 척추에 병이 생겨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땐 어떤 불편함도 극복하고 새롭게 인생에 적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큰일을 앞두고 두렵거나 확신이 서지 않을 때면 언제나 아버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내 마음에 있는 모든 두려움을 쏟아내면, 아버지는 내 등을 두드리며 확신을 심어주셨다. 내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길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실수 또한 공부라며 나를 다독여 주셨다. 다음엔 더 잘할 거라고 자식을 믿어 주셨고, 난 정말로 더 잘 할 수 있었다."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믿음과 확신이 자신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어떤 인물로 자라게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브래들리는 말한다. '아버진 나의 영웅이라고.'

"나는 여태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 중에는 대통령도 여럿 있었고, 왕실 가족을 비롯하여 재계의 CEO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의 어머니 도로시 해밀턴이 가지고 있는 용기와 강인함, 품위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선천성 뇌종양이라는 병마를 극복하고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스콧 해밀턴의 말이다. 그는 입양된 자식이다. 그의 어머니는 결혼 초에 여러 번 유산을 했고, 분만 중에 두 아이를 잃기도 했지만 두 명의 자식을 입양했다. 그 중 한 명이 스콧 해밀턴이다.

어릴 때부터 알 수 없는 병으로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이 있던 그에겐 늘 어머니가 함께했다.

"잠에서 깨어 보면 어머니는 내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내가 병원에 있을 때면 병원과 집 사이를 출퇴근하다시피 했다."

그의 어머닌 아무리 피곤해도 피곤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언제나 웃으며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말을 했다. 병으로 살이 너무 빠져 안쓰러울 때면 '마침내 다이어트의 왕도를 찾았구나', 하학요법 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졌을 땐 '내 새로운 머리가 요즘 최신 유행이란다'는 말로 웃음을 주며 삶의 희망을 채워주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어머니의 희생과 용기로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날 밤 나의 경기는 오로지 한 사람, 내 어머니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하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고 있다.

"나의 영웅은 매티 스테파넥이다. 매티는 나의아들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였다. 나는 매티가 쓴 시나 <하트송>에서 새로운 순수의 세계를 보았다. 거기에는 삶에 대한 감사, 자연의 아름다움, 세계평화를 비는 마음, 일상의 기쁨과 슬픔이 들어있다."

네 명의 아이를 먼저 가슴에 묻은 제니 스테파넥이라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다. 그녀가 자신의 영웅이라고 말한 '매티'는 열네 번째 생일을 앞둔 2004년 6월 22일에 세상을 떠났다. 매티는 태어날 때부터 근육운동은 물론 호흡, 심장박동, 소화기능이 서서히 마비되어 가는 희귀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 매티는 쓸 줄 아는 지혜를 가졌다. 그리고 매티는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았다. 매티의 어머니 제니 또한 근육질환을 앓고 있다. 매티는 죽기 전에 혹 절망 속에 빠질 어머니에게 하나의 약속을 받아낸다. 절대로 절망 속에 주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손발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그녀는 죽음과 절망의 어둠 속에 묻히려 할 때마다 먼저 간 매티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생각한다. 그러면서 남은 시간 감사하는 마음과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슈퍼맨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토퍼 리브의 아내 대나 리브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 킹 목사를 통해 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인종차별에 맞섰던 존 루이스의 킹 목사 이야기,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를 자신의 영웅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프랜시스 무어 라페 등의 이야기가 진정한 영웅이란 누구인가에 대해 전해주고 있다.

책을 통해서 본 영웅은 특별한 인물들이 아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인물들이다.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다. 형도 있고, 동생도 있고, 사랑하는 아들도 있다. 그리고 학문적인 학자도 있고, 예술가도 있다.

그런데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세상을 살아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을 말이 아닌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고 사랑과 인내로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웅은 우리 세계를 보다 나은 쪽으로 인도해 가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엘리비젤의 말은 영웅의 모습을 적절하게 제시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난 내 아이들에게 또는 주변사람들에게 마음 한 구석에서나마 영웅은 아닐지라도 기억되는 사람일까 하고.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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