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중에 과외를 받는다고요?

2007.03.06 17:47:00

현재 이곳 필리핀 바기오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국의 많은 초․중․고 학생들이 조기유학 내지 장기연수를 목적으로 체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학생들이 연수내지 유학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한국의 교육 과정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며칠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 6학년을 마치고 현재 이곳 학교에서 9학년(중학교 3학년)을 다니고 있는 한 여학생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여학생은 2년 동안 이곳에서 유학을 하고 난 뒤, 지난해에 고국으로 돌아가 학교에 다니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 온 경험이 있는 여학생이기도 하였다.

그 여학생이 다시 돌아온 이유는 평소 우리가 우려했던 부분이었다. 수업시간 영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의 내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을뿐더러 아이들의 수준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치를까 고민을 하다가 그것 또한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여 다시 이곳으로 왔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외국으로의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부모는 자녀의 유학기간을 분명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일년 정도의 단기간 유학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 올 계획을 하고 있을 경우, 귀국 후 자녀가 고국의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거기에 따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만에 하나라도 자녀가 한국의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한다면 유학의 후유증은 더욱 크리라 본다.

사전에 이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일부 학부모는 유학을 보낸 현지에서 국어, 수학 등의 주요과목을 현지 한국 유학생들에게 과외를 시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의 사교육비가 과외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 이렇게까지 하면서 자녀를 유학 보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아내와 내가 제일 걱정을 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교육문제였다. 일년이라는 공백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한국으로 돌아가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한다면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어학연수를 하러 온 내가 이곳에서 또 과외를 시킨다고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년 뒤 우리 아이들이 고국의 교육과정을 소화하지 못해 생길 수 있는 유학의 후유증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EBS교육방송'이었다. 21세기 정보화 시대, 인터넷이 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설치한 것이 인터넷이었다. 다소 비싸기는 하였지만.

그러나 걱정이 되는 것은 인터넷의 속도였다. 동영상 강의인지라 자칫 화면이 끊어지면 수업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결과, 인터넷의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지가 않았으며 화면 상태, 음성 또한 양호하였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방송일정에 따라 초등학생의 경우, 강의자료를 자료실에서 다운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중․고등학생의 경우 한국에서 교재(1학기 분)를 구입하여 방송을 청취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날 때마다 방송 분을 다운을 받아 컴퓨터 하드에 저장하여 사용하면 더욱 유용하게 방송을 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즘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EBS 방송 강의를 듣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적게나마 마음이 편안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아마도 그건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던 고민이 해결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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