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성범죄’ 원인과 대책은?

2007.04.02 08:53:00

지금 교정엔 꽃들이 만발해 있다.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목련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 등. 모 고교 교감에게 희망찬 봄소식을 전하니 그는 4월이 오는 것이 두렵다고 말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작년에 있었던 학생 사고를 떠올린다.

그리고보니 학교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극히 일부분이지만 10대 청소년들의 ‘일그러진 성(性)’이 위험수위에 도달하였다. 한 여중생을 7개월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중·고생 25명이 경찰에 검거된 광주(光州) 사건. 점심시간에 같은 반 여학생을 6명의 남학생이 교내 특별활동실과 화장실 등에서 2개월간 성폭행한 가평(加平)의 중학교 사건. 그밖의 남양주(南揚州), 부산(釜山)에서의 10대 청소년 성폭행 사건 등.

정부가 해마다 학년초가 되면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집중단속 기간’을 운영, 학교폭력근절을 외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들려오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내성이 붙었는지 경찰의 자진신고·집중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하다.

누가 그랬던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요즘 범죄의 특징은 연소화, 흉포화라 하는데 계절도 앞당겨진 느낌이 든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은 자기네들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엄청난 범죄인지도 모르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우리의 가정, 학교, 사회가 이렇게 만들었다. 가정교육의 부재, 학교의 무신경함 내지는 교육에 대한 방기(放棄),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이 이루어낸 합작품은 아닌지?

학교의 예를 들어보자. 정부에서 내놓은 교육정책마다 앞장서 선생님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결과 학생 생활지도에 손을 놓은 학교가 한 둘이 아니다. 흐트러진 학생들 바로 잡아 보고자 열심히 해 보았자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에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 만나면 얻어 맞기 십상이다. 지도 과정에서 교사에게 조그마한 잘못이 드러나면 금방 죄인이 되고 마는 학교 현장이다. 언론의 집중포화도 한 몫 거든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잘못된 학생들 바로 잡으려 할까? 꿩(학생) 잡는 것이 매(교사)인데 매가 꿩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정부에서 잡지 말란다. 멋모르고 잡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상한 학부모 만나면 교사가 돈까지 뜯기는 세상이다. 말 안들으면 '옷 벗긴다‘고 공공연히 협박한다. 교사 본인이 직접 경험하거나 주위에서 이런 광경 한 번 보면 학생생활지도에 아예 손 놓아 버린다. 보아도 못 본 체 눈 감아 버린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에게는 무서움의 대상이 없어지는 것이다. 정부, 학부모, 사회, 언론이 힘을 합쳐 이런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과정에서 잘못을 저지른 교사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몰지각한 사람들이 교육을 도외시 하면서 인권타령을 하고 있으니 학생들은 교사를 두려워 하지 않고 약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얼마나 큰 범죄인지도 모르는 얼굴 두꺼운 학생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을까? 학교와 가정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인터넷, 휴대폰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성윤리 의식을 가르쳐주는 것이 시급하다.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과정(敎育課程)도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점심시간, 쉬는 시간, 방과후에 화장실이나 취약지역 순찰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빈 교실 관리나 특별실 문단속 등에 각별 신경을 써야 한다. 리포터는 토요일 오후 교내 곳곳을 둘러본다. 학교에서 성폭행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은 장소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창문을 잠그고 출입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외부에서 침입할 수 없도록 점검을 하는 등 사전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이제 ‘잔인한 달’ 4월이 시작된다. 성폭행이 일어난 해당 학교장 직위해제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피해 학생의 입장에서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가정, 학교, 사회, 언론이 힘을 합쳐 겁없는 10대들의 폭력 범죄, 기필코 막아야 한다. 학교가 범죄의 온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범죄는 예방이 최선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학교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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