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가 조금 지나긴 했지만 교육적인 차원에서 잘못된 통계가 잘못된 결과를 이끌어 낸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려 주는 사례가 있어서 몇 자 쓴다.
4월 11일 세계일보 기사 중에서 사람들의 눈을 끌기에 좋은 기사 제목이 있었다. “초등생 2.5% ‘성관계 경험’, 4~6학년 조사……. 중학생 보다 높아”라는 다소 선정적인 기사가 그것이다. 그것도 특종보도 형태로 <단독>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였다.
더욱이 다음날에는 조선일보에도 앞과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기사를 처음 본 사람들은 “세상 말세다. 교육이 무너졌다고 하더니 정말 이구나. 도대체 학교에서 뭘 가르치기에 애들이 이 모양이냐.”는 소리를 할 법하다.
하지만 그 통계치를 곰곰이 뜯어보면 통계수치에 대한 오류가 그릇된 결론 즉, 오보를 이끌어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이 통계치를 누가 만들었고,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기사를 중심으로 살펴봤는데,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연구회(이하 ‘건사연’)라는 곳에서 초등 4~6학년생, 중학생, 고등학생 등 모두 1,062명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기입한 내용을 중심으로 설문조사하여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라는 것이었다.
통계치의 오류내용을 꼽아보면, 우선 초등학생 숫자에 따른 결과의 문제점이다(성경험 2.5%라는 수치).
조사 대상 학생수를 보니 4학년 4명, 5학년 49명, 6학년 288명 총 341명이다. 이런 숫자는 초등학교 6학년생의 통계치 이지 초등학교 고학년 통계 치라고 하기에는 말이 안 된다. 즉, 통계치의 유의미성을 이끌어 내기에는 대표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더 내용을 들어가 보면 6학년 응답자 237명 중에서 0.9%인 2명이 ‘성관계까지 가능하다’고 했다고 한다. 2.5% 성경험이라는 수치는 초등학생 전체 341명 중에서 이성 친구와 손잡기 등 신체접촉을 해봤다는 응답자 56명의 2.5%인 1.4명인 것이다. 전체로 보면 0.3%이다. 마치 전체 학생의 2.5%가 그런 것으로 오해를 하게끔 자료 해석을 잘못 하였다. 즉, 이것은 특종 내지 자극적인 기사를 주업으로 하는 옐로저널리즘을 흉내 낸 잘못된 기사인 것이다. 중학생, 고등학생도 그러한 오류를 범했다.
그래서 이런 자료를 갖고 발표를 하였던 건사연이라는 단체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설립 취지를 봤더니 그 중에서 학교에 보건교과 설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보건교과를 체계화하고 정당화하며, 국민들에게 이러한 것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고 결과물을 도출해서 토론회를 열어 발표한 모양이다. 하지만 자기 단체의 목적을 위해서 자료를 곡해까지 해가며 그 목적을 설명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건사연이라는 단체가 의도적으로 자료를 조작하고, 자극적인 내용을 일부러 만들어 발표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잘못된 통계가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 내서 가뜩이나 추락할 대로 추락한 공교육을 더 난도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울러 정론직필을 주도해야 할 언론이 면밀한 검토 없이 발표된 자료만 받아서 대서특필 식으로 곡해한 것은 언론인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대오 각성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