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추락, 피해자는 학생이다

2007.05.03 08:46:00


교사들이 학교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잘못된 언행을 보고도 못 본 체 한다면 이미 교육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많게는 하루 7시간 정도, 다수의 학생들과 교육적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교사들은 오직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인간성을 길러 주고, 자율적이며 창의적인 능력 있고 유능한 인재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한다.

학생들은 아직 심신양면 모두 성숙하지 않은 상태다. 초등학생은 더더욱 그렇다. 전혀 예상치 않은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놀라게 하기도, 당황스럽게 하기도 한다. 하는 생각이나 하는 행동이 결코 좌시할 수 없게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꾸중도 필요하고 칭찬도 필요한 것이다.

교사의 체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별 문제시 되지 않을 때는 회초리를 끊어다 주면서 내 자식을 때려서라도 바른 길로 교육해 주기를 당부하기도 했었다. 그때의 부모들은 오히려 교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자녀를 더욱 호되게 혼을 내면서 당연한 질책이었다고 훈육 했었다. 자녀에게 교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을 갖도록 하여 바른 인간성이 형성되도록 하기 위한 교사와 부모의 교육적 협력관계가 바람직했다고 할 수 있다.

요즘도 그런 부모가 결코 없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엄한 교사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자녀들에 대한 교사들의 질 좋은 교육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따금씩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인격적 모욕이나 폭행을 당한다고 한다. 자녀 사랑의 방법을 잘 모르는 지극히 감정적인 학부모들에 의한 교권의 추락이다.

이번에도 경기도의 모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학생에게 꾸지람을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학생들이 보는 가운에 폭행을 당한 뒤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달 25일 오후 이 학교 4학년 학부모(여)가 담임교사(여)를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과연 해당 학생은 미운 우리선생님을 우리엄마가 혼내줘서 기분이 통쾌했을까? 우리엄마의 기세가 너무 당당해서 어깨를 들썩거리며 자랑스럽다고 의기양양 했을까? 우리엄마가 이 세상에서 제일 힘세고 똑똑한 것 친구들이 보았으니까 이제 나 무시하지 않을 거라고 자존심이 극치에 다다랐을까?

아니면 선생님을 때린 엄마의 행동이 너무했다고 창피하다고 생각했을까? 과격하고 무모한 우리엄마를 본 친구들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 없다고 위축되었을까? 별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크게 화를 낼 줄 몰랐다고 후회했을까? 선생님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미안해하지는 않았을까?

해당 학생의 마음이 어느 쪽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자이든 후자이든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그 학생일 뿐이다. 담임교사를 대하는 것도 반 친구들을 대하는 것도 예전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학을 시켜달라고 조를지도 모르고, 어쩌면 전학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사소한 불만에 맞장구치면서 함께 원망하거나 욕을 하거나 즉각 전화로 항의한다면, 분에 못 이겨 학교로 찾아와서 전후사정 듣지도 않고 폭력적 언어로 윽박지르거나 폭행을 저지른다면 당당하고 소신 있는 교육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순간의 감정을 조금만 참고 냉정을 잃지 않으면서 원인에 대해 서로의 견해를 대화로 나눈다면 합리적인 방안이 분명이 있을 것인데.

요즘 학부모들은 대부분이 많은 지식과 전문적 소양과 훌륭한 인격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자녀에게는 항상 담임교사가 자기보다 더 훌륭하고 더 잘 알고 더 인격자이기에 존경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가장 유능한 줄만 알았던 내 아버지 어머니보다 훨씬 훌륭한 우리선생님을 존경할 것이다. 존경하지 않는 선생님의 가르침은 그저 잔소리일 뿐이지 진정한 배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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