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면 세상이 보인다

2007.05.03 11:31:00


본인 스스로도 열려있고 偏見이 별로 없다고 자위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내 마음에만 머물고 있음을 실감할 때가 많다. 편견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사실상의 근거 없이 지니고 있는 완고한 의견을 말한다.

어느 대학 교수가 신문에 게재한 칼럼을 읽었는데 공감을 하는 사례가 있어 소개해 본다. 미국의 <뉴요커(The New Yorker)>라는 잡지에 실린 퀴즈다. 끔찍한 교통사고로 운전하던 남성이 죽고, 그의 아들은 병원에 실려 갔다. 병원의 외과의사는 환자를 보자마자 말한다.

“나는 이 아이를 수술할 수 없습니다. 이 아이는 내 아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정답은 “외과의사는 아이의 어머니”다. 이런 퀴즈를 보고 바로 답을 생각해 내는 교육가족이라면 남여 성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는 사람일 테고, 약간 고심한 후 정답을 유추했더라면 그래도 편견이 덜 한 사람이며, 필자처럼 무슨 난센스 퀴즈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했더라면 편견이 한층 심한 사람일지 모른다.

사회는 어떤가?

흔한 표현 중에서 서울 뺀질이, 경상도 문둥이, 충청도 핫바지, 전라도 깽깽이라는 것이 있다. 일부 그릇된 정치인과 일탈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릇된 범주화가 만들어낸 사회의 허상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고향, 학교, 나이 등을 물어가면서 나와 비슷한 면을 찾아내서 가까이 하려는 그 심리적 이면에는 한국 사람들이 무리 짓기를 즐겨하려는 것이고, 그 무리에서 빠지면 왠지 허탈해하고 불안해하는 심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대로 우리 무리와 반대되는 또 다른 무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공공의 적을 생성해 자기 집단의 이익을 견고히 하려는 경우도 있다. 대선 전에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그것이다.

교육계에도 이런 편견이 많다.

교원과 행정직간 서로 편견을 가지다 보니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질시와 싸움을 하게 마련이다. 교장이라는 사람은 권위적이고 독재자이며 업체로부터 물품 받고 돈 먹는 사람으로, 행정실장이라는 사람은 원리원칙만 내세우고 융통성 없이 알량한 직함 하나로 교사들에게 권위를 세우려 드는 무능하고 부패한 공무원으로 보는 눈이 있다. 교사는 자기 분야만 아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외골수로 타협을 거부하는 독불장군으로 보는 눈은 어떤가.

한편으로 보면 그런 면이 있다고 고개가 끄덕여 질 수도 있다. 독재자 교장, 부정하고 무능한 행정실장, 타협할 줄 모르는 교사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이 전부는 아니다. 있긴 있어도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을 이해하지 않고 누구는 어떻더라는 식의 고정적·선입견적 사회적 관념인 스테레오 타입을 스스로 마음속에 꾸준히 심고 있기 때문에 서로간 마음이 트이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진심을 갖고 서로간 말을 해도 그 진심이 전해지지 않으니 겉돌기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들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학자들은 개인이 자주적이며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이전 단계, 즉 어린시절에 개인이 속한 집단으로부터 개인에게 주입되며, 편견이 일단 고착되면 이후에 올바른 정보가 주어지더라도 편견을 강화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편견은 더욱 완고해지고 자기방어적인 논리로 한층 견고해진다.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실제로 편견의 대상과 접촉하거나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편견을 가진 사람의 진리에 대한 개방성(開放性)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교육행정정직이 가지는 편견이든, 교장이 가지는 편견이든 간에 서로 간에 진실한 대화를 자주 나눔으로써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말하지 않고 서류로만 얘기한다면 그 이면에 담긴 마음을 이해하기는 요원할 것이다. 학교나 직장에서도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갖고, 운동을 같이 한다든가 하는 공동체 활동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유희 차원이 아니라 교직원이 같이 어울리는 것도 교육의 일종이다.

더불어 어린시절에 고착화되면 깨뜨리기 어려운 편견을 올바른 교육을 통한 바른 시각을 심어주는 노력이 중요하다. 가르치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고 옛 어른들이 말하는 것이 그른 것이 없다. 그러한 교육들이 부족하여 필자 또한 퀴즈를 맞히지 못했는지 반성해 본다.
백장현 교육행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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