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생각한다

2007.05.05 16:23:00


금년에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은 다가온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되새기고 그 은혜를 기념하기 위하여 정한 날이 ‘스승의 날’이다. 이때가 되면 ‘스승의 날’에 대한 존폐문제, 시기문제, 필요성, 문제점, 개선안 등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성인들은 과거 학창시절의 많은 선생님들을 생각하게 되고, 학생들은 그리운 선생님들을 생각하거나 현재의 선생님을 생각하게 된다.

십수 년 전 50여 명 학급의 담임을 하고 있을 때였다. 스승의 날, 출근하자마자 학생들의 제지로 교실에 들어 갈 수 없었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니 1교시 시작되면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얼핏 보니 칠판에는 색분필로 글씨와 그림이 그려졌고, 여기저기 알록달록 풍선들이 매달려 있었다.

1교시,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느닷없이 축포가 터지고 오색테이프가 날렸다. 학생들의 박수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아직 저학년이어서 배우지도 않은 ‘스승의 날 노래’를 반장의 지휘에 맞춰 부르기 시작했다. 어설프게 노래를 마치더니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입을 맞춰 제창하였다.

학생들의 책상 위에는 새우깡, 꼬깔콘, 초코파이 등의 과자들이 은박지에 담겨져 있고 종이컵에는 콜라, 사이다, 오렌지주스 등의 마실 것들이 담겨져 있었다. 물론 내 책상에도 똑 같은 다과류가 있었다.

담임을 즐겁게 하기 위한 장기자랑 순서였다. 노래 부르기, 엉덩이 흔들면서 춤추기, 개그맨 흉내 내기 등이었다. 귀여운 2학년들 앙증맞은 몸놀림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분단별로 한가지씩을 하고 나니 더 이상 할 게 없는지 부지런히 과자를 먹기 시작하였다. 결국은 들뜬 마음들이라서 떠들고 던지고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오늘 선생님 기분 짱이다.” 엄지손가락을 세우면서 말했다.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무척 좋아했다. 자기들 스스로가 대견스러운 모양이다. 자신감 없이 일들을 벌였지만 담임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도 흐뭇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들이었다. 고학년들의 흉내를 내거나 부모님들의 코치를 들었을 게 분명하지만 큰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이 환한 웃음 속에 담겨 있었다.

요즘은 ‘스승의 날’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아예 휴업을 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스승의 날을 맞은 학생들이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박탈해 버린 것이다. 어린이들이 용돈을 모아 마련한 손수건 한 장, 양말 한 켤레, 음료수 한 병조차도 뇌물이기 때문일까?

선생님의 고마움을 생각하고 어설프지만 잔치 자리를 마련하여 그 고마움을 표현해보는 어린이들의 마음속에서는 바른 심성이 자라고, 감사할 줄 아는 아름다운 마음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늘 고마움을 받는 사람은 고마운 줄 모르고 지난다. 그러기에 그 고마움도 의도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느껴보게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교육일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고마움이나 은혜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아는 만큼 느낀다고 하지 않던가!

‘스승의 날’은 학생들에게만 관계있는 날은 아니다. 우리들 모두가 곱게 간직하고 있는 고마운 은사들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할 수 있는 날이다. 고마움은 반드시 표현을 전제로 할 때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말이든 글이든 작은 선물이든 표현을 할 때 상대를 기쁘게 하지만 자신도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감사의 대상에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학생이건 제자이건 이날만큼은 작은 정성이 담긴 감사의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 되어야 할 소중한 날이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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