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담배

2007.05.10 08:43:00

오늘 아침 출근길에 저에게 다가온 것은 역시 동대산입니다. 동대산 위에 있는 구름입니다. 동대산의 여러 봉우리 가운데 가장 큰 봉우리에 봉우리만한 구름덩어리가 누르고 있었습니다. 구름도 구름 같지 않았습니다. 흰 구름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비를 가진 검은 구름도 아닙니다. 아무런 색깔이 없는 구름입니다. 희미한 구름입니다.

이 구름이 작심한 듯이 동대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3분의 1쯤 누르고 있었습니다. 동대산은 머리가 아프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가슴이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끄덕도 하지 않습니다. 조금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아무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역시 산은 산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산이 낮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산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아주 든든합니다. 그럴수록 더욱 깨끗합니다. 그럴수록 더욱 빛이 납니다. 가장 큰 봉우리가작은 여러 봉우리들에게 본을 보이듯이 맏형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과 같은 밋밋한 구름이 머리를 누르고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미치게 하는 일이 있어도 동대산의 큰 봉우리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어도 인내하며 침묵을 지켜야  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동대산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해야 구름이 사라지면 더 위대해 보이지 않겠습니까? 더 깨끗해 보이지 않겠습니까? 더 믿음직해 보이지 않겠습니까?

어제 오후 우리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흡연교육에 대한 초청인사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대해서는 7년간 이웃 경찰서에서 여성 청소년계에서 수고하시는 경사님이 오셔서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또 흡연교육에 대해서는 이웃 학교의 보건교육을 담당하시면서 흡연에 관한 실험연구를 많이 하신 한 선생님께서 오셔서 실험을 곁들여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강당에 가보니 3학년 학생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관계되는 여러 부장선생님께서도 계셨습니다. 3학년 담임선생님도 다 나와 계셨습니다. 4명의 교생선생님도 다 나와 계셨습니다. 특히 우리학교 배움터지킴이 선생님 두 분도 나와 계셨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 우리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으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폭력이 얼마나 위험한지, 담배가 얼마나 해로운지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폭력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담배는 자기와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폭력은 자기의 유익을 위해 남에게 해를 가하는 것입니다. 담배는 자기의 유익을 위해 자기에게 해를 가하는 것입니다. 폭력은 자기의 기쁨을 위해서 남을 슬프게 합니다. 담배는 자기의 기쁨을 위해서 자기를 슬프게 합니다. 폭력은 자기의 쾌락을 위해서 남을 힘들게 합니다. 담배는 자기의 쾌락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합니다.

이제 폭력도 담배도 자기에게, 남에게 유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했으면 합니다. 폭력이 자신에게 일시적 유익이 될지 몰라도 결국은 영원한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합니다. 폭력이 자신에게 순간적 기쁨을 가져줄지 몰라도 마침내는 자신을 영원히 슬프게 만들고 만든다는 것도 알게 해야 합니다.

담배도 마찬가지입니다. 담배가 순간적인 유익을 줄지 몰라도 몇 배의 해를 끼친다는 것도 알게 해야 합니다. 담배가 일시적인 기쁨을 가져다줄지 몰라도 나중에는 몇 배, 몇 십 배의 슬픔과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알게 해야 합니다. 담배가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풀게 할지 몰라도 담배가 영원한 억압을 가져다줌을 알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폭력 없는 학교, 담배 피우지 않는 학생이 되어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남의 건강을 지키며 자신의 자존심을 살리고 남의 자존심도 살리는 학생들로 자라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어제 수고하신 두 강사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우리 학교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어제 함께 수고하신 여러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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