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회장식 보복폭행 가담자가 될 것인가

2007.05.10 10:51:00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보복폭행’이라는 희대의 喜劇을 연출한 재벌회장에 대한 영장이 신청되었다. 현재 법원 기류로 보면 거듭되는 거짓말과 은폐에, 우발적 폭행이 아닌 조폭을 동원한 악질 범죄로 인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재벌 총수 최초로 검찰과 경찰에 모두 출두하여 범죄에 대해 조사받은 사람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불명예를 안았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다 큰 자식이 밖에 나가 놀다가 눈두덩을 맞아 열 바늘을 꿰매고 들어왔으니 부모 마음에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그것도 세칭 미국 좋다는 대학으로 유학까지 보낸 자식이었으니 그 자랑스러움에 비례해 분노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둘째 치고 주먹에 주먹으로 맞선 불법적인 자력구제는, 그것도 폭력배까지 동원하여 공권력을 한껏 유린한(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재벌에게 알아서 유린당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는 중범죄다.

단지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일부 항변이 있지만 프랑스어에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정의는 "높은 신분에 따르는 정신적 의무"라고 한다. 사회 지도층, 특히 상류층과 귀족들이 마땅히 갖춰야 할 높은 도덕적 소양)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은 물론 일종의 도덕적인 책무를 가지는 것을 말한다. 어느 한 국가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조건인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 풍토는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잘못된 천민자본주의 문화가 똬리를 틀고, 그런 분위기에 무임승차했던 일부 부자가 아닌 졸부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거기에 더해 돈 있고 힘 있는 아버지 덕에 자기를 때린 술집 종업원들을 두들겨 팬 그 아들은 정말 행복했을까? 순간의 복수로 인해 夫子는 쾌감은 느꼈는지 모르지만 평생 씻을 수 없는 업보를 업고 살 것이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들보다 아버지를 우리가 더 욕하고 손가락질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버지처럼 제 자식 기 살리려고 남 자식을 조폭까지 동원해 두들겨 패는 그런 부모들은 더 없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수없이 많다고 본다.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금력을 자랑하기 위해서, 자식의 출세를 위해서 등 갖가지 이유를 들이대며 남 자식들을 누르고 내 자식을 위로 올리기 위해 살인적인 사교육을 시키도록 만드는 대한민국 풍토가 바로 그것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 개구리 잡고 산과 들을 자유롭게 뛰어 놀았던 기억은 선사시대 전설 마냥 사라지고 수업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pc방으로 뛰어 가게 만드는 지금 이 세태. 내가 옆 짝을 이기지 못하여 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사회적 잉여자와 낙오자로 낙인찍히게 만드는 살인적인 사회 분위기.

부모의 재산과 권력을 이용하여 남 자식 보다 내 자식 공부 더 시켜 출세했다면 그렇게 기쁠까? 아이들에게 공부시키지 말고 놀게만 하자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은 등한시한 채 무조건 공부만 하게 해서 생각할 줄은 모르고 숨만 쉴 줄 아는 쇳덩어리로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옛 성현들은 학문을 단지 과거 급제를 통한 출세의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았으며 그렇게 맹목적으로 흐르는 풍토를 배격했다. 그러나 이제 학문은 오로지 출세의 수단이며,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는 도구로써 자리매김하였다.

“나는 쉰 이전에 정말 한 마리 개였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따라서 짖을 뿐이었다. 왜 짖느냐고 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냥 실실 웃을 뿐이었다.”

명나라 말기의 위선된 사회를 꼬집었던 학자 이탁오 선생이 한 말이다. 나도 한 마리 개의 반열에 들어설 날이 점점 다가온다.
백장현 교육행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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