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농소중의 얼굴입니다

2007.05.11 09:57:00

오늘은 날씨가 참 좋습니다. 전형적인 5월입니다. 하늘은 푸르고 연합니다. 나무도 푸르고 연합니다. 공기는 맑고 깨끗합니다. 우리학교 사택 옆에는 은행나무가 세 그루 있는데 푸른 잎사귀가 5월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푸른 나무 잎사귀들의 번성함을 보면서 우리 학생들의 번성을 보는 듯합니다. 아침마다 만나는 학생들의 인사하는 모습이 마치 5월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고 보기 좋습니다.

어제 세 번째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1학년 1반이었습니다. 2, 3학년 교실에 한 반씩 들어가 봤는데 1학년 학생들은 역시 애티가 많이 납니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 귀엽습니다. 너무 착합니다. 너무 순합니다. 태도도 너무 좋습니다.

나를 아는 학생 손들어 보라고 하니 모두가 손을 들었습니다. 입학식 때, 수련회 때, 4월 운동장 조례 때 내가 한 말이 기억나는 것 있으면 무엇이든지 좋으니 말해 보라고 했더니 한 학생이 ‘여러분의 얼굴은 농소중의 얼굴입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잘 기억하고 있다 싶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들에게 여러분들이 농소중의 얼굴이라고 다시 부연 설명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두발 상태, 여러분들의 복장 상태, 여러분들의 언어 상태, 여러분들의 자세, 여러분들의 생활모습 등이 바로 농소중이 어떠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을 지켜보고 있는 부모님이나 동네 주민들이 여러분의 한 사람, 한 사람을 보고 농소중학교를 평가한다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바른 생각, 바른 삶, 바른 행동, 바른 태도가 학교를 빛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여러분들은 우리학교의 교훈이 ‘사랑, 정직, 성실’인데 부모형제를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선생님을 사랑하고, 교직원을 사랑하고, 학교를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교실을 내 방처럼, 학교를 내 집처럼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휴지를 마구 버리고, 껌종이를 마구 버리고 음료수 캔을 마구 버리는 학생은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방법은 선생님의 말씀에 잘 따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디 선생님이 나쁜 짓 하라고 가르치는 선생님 있더냐, 어디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조리사님들이 불량음식 만들어 주더냐, 그러니 이 모든 분들의 말씀에 순종 잘하고 인사를 잘하면 더욱 신이 나서 여러분에게 더 열심히 잘 가르쳐 주고 더 좋은 음식 만들어 줄 것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휴지가 보이면 먼저 줍고 버려진 음료수 캔이 보이면 먼저 줍고 유리창이 더러우면 먼저 깨끗하게 하고 선생님을 만나면 하루에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인사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운동장이나 골마루나 휴지를 줍는 것을 보면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쳐다보고 있어야 하나, 나보다 더 많이 주워야 하나? 더 많이 주워야 할 것 아니냐?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하니 다 그렇게 하겠다고 하더군요.

정직에 대해서는 정직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어릴 때부터 정직에 대해서 배우지 않았나? 나는 정직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이면 남이 보든 남이 보지 않든 잘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계시든 선생님이 계시지 않든 자습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보면 열심히 공부하고 선생님이 보지 않으면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것은 정직한 것이 아니다. 이런 사람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 아니냐? 선생님이 보면 열심히 청소하고 선생님이 보지 않으면 적당히 하든지 하지 않든지 하면 정직하지 못한 사람 아니냐?

성실에 대해서는 이렇게 뜻매김을 하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한결같은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데 언제나 한결같지 않느냐? 비가와도 그렇고, 눈이 와도 그렇고, 바람이 불어도 그렇고, 구름이 가려도 그렇지 않으냐? 여러분들이 계획을 세워 공부를 하고자 마음을 먹었으면 계획대로 꾸준히 변함없이 한결같이 열심히 해야 할 것 아니냐 그게 바로 성실이다. 마음 내키면 열심히 공부했다가 마음 내키지 않으면 공부를 하지 않고 어떤 때는 밤 12시까지 공부했다가 어떤 때는 하나도 하지 않다가 하는 것은 성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언제나 여러분이 실력과 사람됨의 두 날개를 달고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 꿈을 가지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학교 교훈 세 가지 ‘사랑, 정직, 성실’을 나의 것으로 삼으면 모두 가 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45분 수업이지만 목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루에 한 시간도 아니고 4시간씩, 5시간씩 수업을 하니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목 관리를 잘해서 수업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에머슨은 “지혜로운 사람은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쓸모 있는 것을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사람됨교육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알게 하기보다 쓸모 있는 것을 알게 했으면 합니다. 가치 있는 것 알게 했으면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 알게 했으면 합니다. 가장 해야 할 일 알게 했으면 합니다.

쓸모 있는 것 행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가치 있는 것 행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 행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누구나 상식이 통하도록 행동하게 해야 합니다. 나쁜 행동이 몸에 배이기 전에 고쳐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학교를 빛낼 것입니다. 그래야 학교의 자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학교의 보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학교의 기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장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래야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농소중의 얼굴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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