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희정이의 세상 엿보기

2007.05.24 10:21:00


이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강희정(명지고3)양의 그림이 서울 인사동 하나아트겔러리에서 고등학생으로 국내 최초 개인전이라는 관심 속에 23일부터 29일까지 열리고 있어 화제다.

요즘 미술계의 치부가 드러나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지만,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등단의 길목으로 미술대전을 거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온갖 부정한 짓으로 그 이름을 더럽힌 어른들의 추태 때문에 이 미술대전의 존폐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현실을 보면 딱하기만 하다.

예술이란 오직 만들어진 작품으로 그 사람의 진가가 점수 매겨 지는 것이다. 가끔은 그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하다가 시대가 훌쩍 지난 다음에서 뒤늦게 빛을 발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대가 그 예술성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예술계의 관행이랄까? 등단의 길은 참으로 험난하고, 떳떳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생각들을 한다. 그래서 이번에 미술대전의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이제는 국전이라는 과정만을 고집하지 말고 개인전으로 진가를 평가 받아서 등단을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물론 오늘의 강희정 학생의 경우 그런 생각을 가지거나 어떤 술수에 따라 이런 개인전을 열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2,3년의 과정 동안 작품을 만들었어야 하고, 6개월 내지 1년 전에 이미 대관 계약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이제 고3, 우리나라 청소년에게는 가장 힘들고 억눌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시기가 아닌가? 이런 시기에 매일 3시간 가까이 오가는 시간으로 빼앗겨 가면서 배우고 작품을 만들었다니 그의 노력에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좋은 대학을 꿈꾸며 오직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는 동급생들과 달리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에 매달려서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로 이런 전시회를 열었다는 것이 얼마나 용감하고 기특한 일인가?

전시장을 찾은 것은 전시회가 정식 오픈을 하기 전인 23일 오전 11시 50분경이었다. 그림은 걸렸지만 아직 정돈이 안 되었는지 그림을 그린 화가 강희정(고3)양만 혼자서 전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림에 전문인이 아닌 나로서는 그림을 둘러 보고나서도 뚜렷하게 말을 해주거나 칭찬을 하고 싶어도 함부로 말하기가 어려웠다. 잘못하여 고3 예민한 성격에 상처를 줄까 보아서 조심스럽기만 하였다. 다만 그림의 소재 면에서 느낀 대로
“공부하느라고 바쁜 시간에 이렇게 전시회를 열만큼 그림을 그리느라고 고생이 많았다.” 는 얘기와
“그림의 소재가 너무 바쁜 시간을 쪼개 공부한 그대로 오가면서 본 지하철, 밤거리, 골목 풍경 같은 것이 많고, 특히 야경이 많아서 늦게 오가면서 소재를 찾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건가요? 그렇게 저녁 풍경이 많아서 그런지 어두운 그림이 많은 것 같은데.....”
하고 물었더니,
“매일 늦은 시간에 오가게 되어서 늘 보는 풍경이다 보니 그런 풍경을 많이 그리게 되었어요. 또 밖에 나가는 시간이 없어서 화실에서 바라본 풍경 같은 작품을 만들면서 저도 답답함을 느꼈어요.”
하면서도 밝게 웃어 주었다.
마침 두 분의 관람객이 들어오셔서 그림을 보기에 따라 다니면서 얘기를 붙여 보았다.
“고등학생이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에 달려 왔다.” 면서
“훌륭한 화가의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면서 참 그림의 꿈을 이루기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경기과학고에서 근무하시는 유재준 선생님이었다.

아직 어린 고등학생의 전시회라서 완성감을 느낄 만큼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새로운 작가로서의 길을 가겠다는 꿈을 펼치는 희정이의 전시회가 멋지게 조명을 받는 그런 자리가 되기 바란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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