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교육과 기본교육

2007.06.07 21:05:00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시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기초와 기본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해 무너지고 기본이 바로 서지 못하면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기초와 기본을 잘 다져야 하지만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은 기초와 기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기초와 기본의 바탕 위에 뛰어난 실력과 좋은 성품을 지닌 사람다운 인물로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초교육을 놓치지 않도록 학생들이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에 대한 분별력을 갖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이상하게도 학생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별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더욱 관심을 쏟고서 열심히 하는 것을 얼마나 많이 보는가? 덜 중요한 것 먼저 생각하고 덜 중요한 것 먼저 행하고 덜 중요한 것에 목숨 거는 그야말로 거꾸로 사는 어리석은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학생들의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뭐니 뭐니 해도 공부다. 배우는 학생이 공부보다 앞서는 것이 있다면 우선순위를 무시하는 것이다. 배우는 학생이 공부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되나? 때를 놓치고 나면 공부다운 공부를 못하게 되고 나이 들어 공부하려면 공부가 오히려 짐이 되고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학생들에게는 우선순위가 공부보다 앞서는 것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공부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 기초교육이 잘 되어야 한다. 기초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다음부터는 헛수고에 불과하다. 기초가 되어 있지 않은데 집을 지으면 어떻게 되나? 오래가지 못하고 곧 허물어지고 말 것 아닌가?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데 기둥을 세운다든지 기둥이 세워지지 않은데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을 지을 수 있나?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기초실력이 없으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울산여고에 근무할 때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별도로 가르치는 어느 한 수학선생님으로부터 아직 구구단을 제대로 못 외우는 고1 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 수학공식도 모르는 학생, 공식을 알아도 대입을 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고 하니 그들 부모님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학생들에게는 기초실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게 바로 기본교육이다. 기본교육에서 빠뜨릴 수 없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순서를 모르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부모도 모르고, 선생님도 모르고, 선배도 모르고 위, 아래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장차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우리는 순서를 모르는 학생들에게 순서를 가르쳐야 하고 우선순위를 잃은 채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우선순위를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사람다운 사람이 갖추어야 할 성품 즉 성실, 노력, 인내, 절제, 정직, 근면, 예의범절 등을 두루 갖추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고 튼튼한 집을 짓는다 해도, 화려한 벽지를 바르고 아름다운 벽을 바르고 해도 전기, 난방, 수도 등 설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집 구실을 못하듯이 사람도 아무리 기초실력을 갖춰 공부를 잘하는 실력 있는 자가 되어도 기본 성품을 갖추지 못하면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기초교육과 기본교육은 함께 가야 한다. 기초교육과 기본교육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가르치는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실력향상과 사람됨을 위해 기초교육을 튼튼히 하고 기본교육을 철저히 하는 데 힘을 쏟으면 어떨까 한다. 우리 학생들이 실력과 사람됨의 양축의 은빛 날개를 달고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 탁월한 인물, 세계적인 인물로 자라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선생님들이 해야 할 몫이 아닐까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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